금융연 '가계부채 관리' 심포지엄
당국도 "단계적 확대" 방침 재확인
1,886조 원에 달하는 가계 빚을 관리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외에 전세대출, 중도금대출 등 여타 주택금융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적용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대두됐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23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의 가계부채 관리’ 정책 심포지엄에서 “상품 간, 업권 간 규제 일관성을 위해 DSR 적용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전세자금대출, 중도금·이주비대출 등 DSR 산정에 제외되는 주택금융을 어떻게 포함할지에 대한 점진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주로 주택시장에 의해 출렁이는 만큼 주택금융에 대한 규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DSR은 연간 소득에서 주담대, 신용대출 등 각종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대출 규제다.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빌리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2분기 신규 대출 중 DSR 규제를 적용받은 대출 상품은 26.7%에 불과했다. 적용이 면제된 대출 중에선 1억 미만 소액대출 비중이 27.4%로 가장 컸는데, 중도금·이주비(19.3%), 전세자금대출(14.9%) 등도 만만치 않았다. 박 실장은 “전세대출은 갭투자 등을 통해 주택 거래를 쉽게 만들어 가계부채와 주택가격 상승에 일조하고, 임대인에 대한 규제 밖 유동성 공급 채널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DSR 예외 범위 축소는 금융당국 방침이기도 하다. 연초 금융위원회는 ‘2024년 업무계획’을 통해 연내 유주택자 전세대출에 대한 DSR 규제를 추진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날 축사를 맡은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서민·실수요자 자금 애로가 가중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DSR 적용 범위를 점진·단계적으로 확대해 ‘나의 실질적 원리금 부담’이 대출 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도록 내실화하겠다”고 정책 기조를 재확인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선 더 구체적인 제안이 나왔다. 신용상 금융연 선임연구위원은 “보증 제외 대출과 이자만 DSR에 포함하거나, 전세대출 원금을 세입자가 아닌 집주인 DSR 산정에 반영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일괄적 DSR 규제 적용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이 사실상 국민연금뿐인 고령층은 주택을 팔지 않고선 소비 지출을 충당할 수 없게 된다”며 “민간 역모기지(소유 주택을 담보로 장기대출) 상품을 활성화하거나 고령층에 한해 DSR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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