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서 APEC 정상회의·F1 대회 등 대대적 유치전
뉴홍콩시티 프로젝트·매립지 종료 등 공약은 흔들
휴일인 지난 6일 유정복 인천시장은 예고도 없이 일본으로 날아갔다. 포뮬러원(F1) 월드챔피언십 일본 그랑프리가 열린 일본 미에현의 스즈카 서킷에서 F1그룹 관계자들을 만나 대회 개최 의향서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인천시 한 관계자는 유 시장의 갑작스런 일본행에 대해 "(유 시장이) 현장에서 결정할 사항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며 "유치 가능성이 높은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유 시장이 행사 주최나 국제기구를 유치하기 위해 해외 출장길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 9월 민선 8기 들어 첫 해외 출장에선 싱가포르에 있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사무국을 찾아 2025년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유치 의사를 전달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프랑스 파리 퐁피두 미술관 분관 설치와 재외동포청 유치를 위해 유럽 출장에 나섰다. 그해 12월에는 재외동포청 유치와 '인천의 날'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하와이 호놀룰루를 방문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에서 열린 제21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옛 세계한상대회)에 참석해 차기 대회 유치 활동을 벌였다.
국내에서도 APEC 정상회의와 재외동포청 등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식, 서명운동 등을 연이어 벌였다. 반도체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와 인천고등법원·해사전문법원 유치전에도 뛰어들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재외동포청을 제외하고 퐁피두 미술관 분관은 서울에, 한인비즈니스대회는 전북 전주시에 빼앗겼고 반도체 특화단지 유치 경쟁에서도 쓴잔을 마셨다. 인천고법 신설·해사법원 유치도 관련 법안이 21대 국회 폐회와 함께 '자동 폐기'돼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국제행사 유치 등을 위해 단체장이 발 벗고 나서는 일을 꼭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문제는 요란한 행사 유치 행보와 달리 핵심 공약의 이행은 불투명하거나 대폭 축소했다는 점이다. 홍콩을 떠나는 금융자본과 국제기구를 유치해 인천을 '제2의 홍콩', '홍콩의 대안'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의 '뉴홍콩시티' 프로젝트는 아예 명칭을 폐기했다. 내용도 전국 지자체들이 흔히 내세우는 글로벌 기업과 신산업 유치로 바뀌었다.
수도권 지자체들의 최대 현안인 수도권 매립지와 관련, 임기 내(2026년 6월) 대체 매립지를 확보해 수도권매립지 사용을 종료하겠다는 공약 이행도 지지부진하다. 수도권매립지를 대신할 대체 매립지를 찾기 위한 3차 공모가 지난달 28일부터 시작됐지만 아직까지 손을 든 지자체가 나타나지 않았다. 2021년 1, 2차 공모 때보다 정부 지원금이 500억 원 증액돼 3,000억 원이 됐지만 공모 마감일인 6월 25일까지 응모하는 곳이 나올지 불투명하다. 앞서 민선 7기(박남춘 시장) 때는 인천시가 617억 원을 들여 옹진군 영흥면에 자체 매립지를 지을 부지를 사들이면서, 대체 매립지 유치에 나서도록 환경부와 서울시를 강력게 압박했으나, 유 시장은 이해관계가 다른 인근 지자체들을 움직일 정교한 전략 없이 대체 매립지 공모에만 올인하고 있다. 서울지하철 5호선 김포·검단 연장 구간 세부 노선 결정 등 다른 현안에서도 경기 김포시 등 경쟁 지자체들보다 소극적인 상황이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생색내기나 일회성 행사 등 유치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시민들 삶과 맞닿아 있는 정책 및 공약 이행에 몰두하는 것이 시장의 역할"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APEC 정상회의, 수도권매립지, 서울 5호선 등은 조만간 나올 결론을 지켜봐달라"며 "뉴홍콩시티 프로젝트 공약은 폐기가 아니라 확대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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