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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급발진 검증 시험… ”페달 오조작 가능성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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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급발진 검증 시험… ”페달 오조작 가능성 없어“

입력
2024.04.19 18:05
수정
2024.04.19 18:16
0 0

강릉 급발진 의심사고 현장 시험
국과수 EDR 분석과 시험결과 달라

지난 2022년 12월 차량 급발진 의심사고가 발생한 강릉시 홍제동 도로에서 당시 상황을 재연한 가운데 운행 시험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22년 12월 차량 급발진 의심사고가 발생한 강릉시 홍제동 도로에서 당시 상황을 재연한 가운데 운행 시험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22년 12월 차량 급발진 의심사고로 이도현(당시 12세)군이 숨진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재연 시험이 19일 오후 강원 강릉시 홍제동 사고현장에서 진행됐다. 시험 결과 운전자의 가속 페달 오조작 가능성이 낮음을 시사하는 수치가 나와 향후 재판과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번 시험은 운전자 측이 차량 제조사인 KG모빌리티를 상대로 7억6,000만 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 중인 춘천지법 강릉지원 민사2부(부장 박상준)가 원고(운전자 가족) 측의 변속장치 진단기를 이용한 감정 제안을 받아들여 이뤄졌다. 변속기 진단기는 차량속도와 분당 회전수(RPM), 기어단수 등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기록하는 장치다. 국내 급발진 관련 소송에서 현장시험이 이뤄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 통제에 따라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 3시간 가까이 사고 당시 도로에서 같은 연식 차량(티볼리 2018년식)으로 진행된 현장 시험은 네 차례로 나뉘어 이뤄졌다.

첫 단계는 차량 엔진에서 굉음이 났던 지점에서 '풀 액셀'을 밟는 것으로 시작해 급가속 현상이 나타나면서 모닝 승용차를 추돌한 뒤 780m가량을 내달리는 주행이 이뤄졌다. 시험 결과 속도는 시속 120㎞였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사고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에는 운전자가 사고 전 마지막 5초 동안 풀 액셀을 밟았고, 속도는 시속 110㎞에서 116㎞까지밖에 증가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국과수 EDR 분석보다 실제 차량 속도가 더 빠르게 나온 것이다. 원고 측 소송대리를 맡은 하종선 변호사는 "마지막까지 최대 가속을 했다면 우리 주장대로 시속 140㎞는 나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시험은 사고 차량에서 처음 급가속 현상이 나타나면서 모닝 승용차를 추돌했을 당시를 상정해 진행됐다. 모닝 추돌 직전 시점으로 되돌아가 시속 40㎞에서 변속 기어를 주행(D)으로만 두고 2, 3초간 풀 액셀을 밟았을 때 속도가 얼마나 되는지 관찰한 결과, 국과수가 분석했던 시속 48㎞를 크게 웃도는 속도가 80㎞까지 올랐다.

이후 모닝 차량을 추돌하고 난 이후 시속 60㎞에서 5초간 가속 페달을 최대로 밟는 시험을 했고, 속도는 시속 100㎞ 정도까지 올라왔다. 하 변호사는 "시험 결과 나온 속도는 국과수가 분석한 속도 그래프, 분당 회전수 그래프와 차이가 크다"며 "그렇다면 운전자가 페달을 오조작했다는 국과수 분석이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뤄진 시속 110㎞에서 5초 동안 풀 액셀을 밟았을 때의 속도 변화는 법원에서 선정한 전문 감정인의 분석치(시속 136.5㎞)와 유사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운전자 측은 "우리 주장대로 EDR의 신뢰성이 상실됐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 변호사는 모든 시험이 끝난 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실시된 급발진 재연 시험에서는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에 의한 급발진이 아니라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해주고 있다"며 "시험 결과는 다음 공판기일인 다음 달 14일 이전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도현군의 아버지이자 A씨의 아들인 이상훈씨는 "가능성과 추론을 통해 결론을 낸 국과수와 달리 이번 감정 결과를 토대로 페달 오조작이 아님이 과학적으로 증명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사고는 지난 2022년 12월 6일 오후 3시 35분쯤 강릉시 홍제동 도로에서 일어났다. 당시 운전대를 잡은 60대 A씨가 손자 도현군을 태우고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몰던 중 급발진 의심 사고가 발생해 도현군이 숨졌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했던 A씨에 대해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두 달 뒤 검찰은 A씨 측이 민사소송에 제출한 차량 감정, 검증 결과 등을 검토해 사고가 기계적 결함인지, 과실인지 명확히 하도록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이후 5년간 국내 자동차 급발진 의심사고는 모두 196건으로 집계됐으나, 실제 사고 원인이 급발진으로 인정된 경우는 단 1건도 없다.

박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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