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보장론 "고령화 대응 시 적자 크지 않아"
재정 안정론 "소득대체율 높이면 재정 악화돼"
‘더 내고 더 받을 것인가, 조금만 더 내고 그대로 받을 것인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시민대표단 500명이 참여하는 숙의토론회를 시작했다. 연금개혁 입법안을 결정하기에 앞서 시민들이 국민연금 구조에 대해 학습하고 토론하면서 공론을 도출하는 자리다. 연금특위는 주말인 13, 14, 20, 21일에 네 차례 토론을 실시한 뒤 22일 전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14일 공론화위는 전날 KBS에서 ‘연금개혁의 필요성과 쟁점’을 논의한 데 이어 ‘소득대체율·연금보험료율 등 모수 개혁안’을 주제로 두 번째 토론을 진행했다.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을 고려해 기금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제는 같지만, 노후소득 보장과 재정 안정 중 어디에 중점을 둘 것인가에 따라 전문가들 의견은 첨예하게 갈렸다. 국민연금은 현행 제도대로 운영될 경우 2041년 적자 전환 후 2055년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측된다.
앞서 공론화위는 의제숙의단을 통해 보험료율(현재 소득의 9%)과 소득대체율(가입 기간 평균소득 대비 연금액·2028년 40%) 조정안 두 가지를 제시했다.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는 방안과 △보험료율을 12%로 올리되 소득대체율은 현행 40%를 유지하는 방안이다. 둘 다 국민연금 의무가입 상한 연령을 연금 수급 개시 연령(65세)에 맞춰 64세로 연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소득 보장 강화를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정부가 고령화에 적극 대비한다면 기금 고갈 시기를 늦출 수 있다고 본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2055년 기금이 소진되면 미래세대 보험료율이 30% 이상이 될 것이라는 재정계산은 현재 상태가 유지된다는 가정 아래 나온 결과인데, 정부 정책 효과, 기금 운용 수익 등을 고려하면 적자가 그렇게 심각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소득대체율이 높아질 경우 소비 창출과 미래세대 부양 부담 완화 등 긍정적 효과가 많다”고 설명했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국민연금 재정계산에선 기금 수익률을 4.5%로 가정했는데 1988~2023년 평균 수익률 5.92%를 적용하면 기금 소진 시점이 2070년으로 넘어간다”며 “2070년이 되면 베이비붐 세대가 돌아가시고 인구구조도 안정화되기 때문에 기금에 크게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또 “미래엔 근로 연령 인구가 줄어들고 근로소득이 줄어드는데 근로소득에만 보험료를 부과하니 보험료율이 올라가는 것”이라며 “국민연금 재원을 자본 소득까지 확대하면 재정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반면 재정 안정을 중시하는 전문가들은 미래세대가 짊어질 부담을 우려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20세 청년이 92세가 됐을 때까지 기금이 유지되려면 보험료율을 15%로 올리고, 수급 개시 연령을 68세로 조정하고, 기금 수익률을 5.5%로 올려야 한다”며 “15% 인상안이 가장 합리적이지만 가계와 기업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고려해 일단 보험료율은 12%로 올리되 소득대체율은 유지하는 방안으로 연금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도 “보험료율 인상은 곧바로 재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소득대체율 인상은 수급 개시 후 지출에 영향을 미친다”며 “소득대체율을 높이면 재정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민연금은 노동시장 지위와 연동된 제도다. 미래에 노인 빈곤율이 30%로 추정되는데 여기에 속하는 분들은 소득이 적고 국민연금 가입 기간 짧은 분들이라 소득대체율 50%로 올려도 연금액은 크게 늘지 않는다”며 “노인 빈곤에 대응하려면 소득대체율 인상이 아니라 어떻게 가입 기간을 늘릴지, 어떻게 기초연금을 더 두텁게 줄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에 이어 20일에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 등 구조개혁안’을 주제로 3차 토론회가 열린다. 21일에는 마지막 종합 토론과 설문조사가 예정돼 있다. 공론화위는 모든 일정을 마친 뒤 연금특위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21대 국회가 끝나는 다음 달 29일 이전에 최종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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