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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강술래와 탈춤으로...코첼라의 밤, 에이티즈·르세라핌이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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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강술래와 탈춤으로...코첼라의 밤, 에이티즈·르세라핌이 사로잡았다

입력
2024.04.14 18:30
수정
2024.04.14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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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음악축제 '코첼라'서 에이티즈와 르세라핌 공연

그룹 에이티즈가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공연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그룹 에이티즈가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공연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한국의 매운맛 좀 보여드릴까요?”(미국 코첼라 페스티벌 공연 중 에이티즈 멤버 성화)

K팝 그룹 에이티즈와 르세라핌이 미국 서부 사막에 모인 10만여 관객과 온라인 중계로 공연을 지켜본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시청자를 만났다. 미국 최대 대중음악 축제 중 하나인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소도시 인디오의 2.4㎢ 규모의 부지에서 열리는 코첼라는 롤라팔루자 등과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야외 음악 축제로 꼽힌다. 2주에 걸쳐 주말 사흘씩 열리는 코첼라의 지난해 공연에는 50만 명가량이 다녀갔다. 지난해엔 블랙핑크가 헤드라이너(간판 출연자)로 무대에 올랐다.

'중소돌의 기적' 에이티즈, 코첼라에서 보여준 K매운맛

공연 첫날 12일(현지시간) 에이티즈가 먼저 관객들과 만났다. 둔탁한 드럼 비트와 함께 사하라 무대에 오른 에이티즈의 여덟 멤버는 "왓츠 업 코첼라?(What’s Up Coahcella·잘 있었니, 코첼라?)"라고 힘차게 인사한 뒤 ‘세이 마이 네임’을 부르며 공연을 시작했다. 50분 정도의 짧은 공연 시간이었지만 이들은 ‘할라 할라’ ‘게릴라’ ‘미친 폼’ ‘바운시’ 등 자신들의 대표곡에 평소보다 밀도 높은 에너지를 쏟아 넣으며 밤이 깊어 선선해진 공기를 뜨겁게 달궜다.

그룹 에이티즈가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강강술래와 탈춤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캡처

그룹 에이티즈가 12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강강술래와 탈춤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유튜브 캡처

에이티즈는 록 버전으로 편곡한 곡들을 부르며 댄스 그룹이라기보다 힙합 록 밴드라는 설명이 어울릴 법한 공연을 펼쳤다. 에이티즈의 자유분방한 ‘멋’은 공연 중반부에 펼쳐진 ‘멋(The Real)(흥 : 興 Ver.)' 퍼포먼스에서 분출했다. 무대 위 대형 스크린에 화려한 자개 무늬 영상을 띄운 채 사신(청룡·백호·주작·현무)이 새겨진 깃발 등 한국 전통 문화와 연관된 소품을 들고 노래했고 강강술래 안무를 녹여내기도 했다. 국가 무형문화재인 봉산탈춤 보존회 팀과 함께한 사자탈 춤판도 한데 어우러졌다.

‘중소돌’의 기적이라 불리는 에이티즈는 K팝 그룹 중에서도 유독 해외에서 더 인기가 많은 팀이다. 지난해 유럽과 북미, 남미, 아시아 투어로 수십 만 팬들과 만났고 빅4 소속사(하이브, SM·JYP·YG엔터테인먼트) 소속이 아닌 중소기획사 가수로는 최초로 미국 빌보드 종합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1위에 올랐다. 코첼라에서 공연한 첫 번째 K팝 보이그룹이기도 하다. 에이티즈의 메인 보컬 종호는 이날 무대에서 “우리가 LA에 처음 온 건 6년 전인데 그땐 데뷔할 기회를 얻기 위해 작은 스튜디오에서 미치도록 연습하고 있었다”면서 “다들 꿈을 크게 꾸라고 하지만 여기 코첼라 무대에 설 거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꿈은 정말 이뤄지더라”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신인 걸그룹의 매운맛...미 매체 "르세라핌이 세계를 곧 재패할 것"

13일 밤에는 르세라핌이 같은 공연장인 사하라 무대에 섰다. 사하라는 무대 8곳 중 메인 스테이지를 제외하고 아웃도어 시어터와 함께 코첼라에서 2번째로 큰 공연장이다. 주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계열 음악가들이 무대에 오르며, 에이티즈 공연에 앞서 한국 출신 프로듀서이자 DJ인 페기 구가 공연을 펼쳤다.

그룹 르세라핌이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유명 기타리스트이자 프로듀서인 나일 로저스(앞줄 왼쪽 세 번째)와 공연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그룹 르세라핌이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유명 기타리스트이자 프로듀서인 나일 로저스(앞줄 왼쪽 세 번째)와 공연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르세라핌은 K팝 걸그룹 가운데선 블랙핑크, 투애니원, 에스파에 이어 네 번째로 코첼라에 출연했다. 여러 팀의 기획 공연이나 게스트 출연을 제외하면 단독 공연은 블랙핑크에 이어 두 번째다. 데뷔한 지 만 2년이 채 안 된 비영어권 국가의 신인 가수로선 이례적으로 대형 무대의 밤 시간대를 단독으로 차지했다.

르세라핌은 두 번째 미니앨범(EP) 타이틀곡 ‘안티프래자일’을 시작으로 데뷔곡 ‘피어리스’ 등 10곡을 선보였다. 일부 불안정한 가창 실력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시종일관 열정적이고 역동적인 안무로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정규 1집 타이틀곡 ‘언포기븐’에 참여했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이자 프로듀서인 나일 로저스가 무대에 올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팬들을 위해 미공개곡 '핫 앤드 펀'도 처음 공개했다. 멤버들은 공연을 마치며 “여기서 공연하며 꿈이 이뤄졌다. 오늘 밤을 절대 못 잊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K팝 그룹의 활약에 미국 팝 매체들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빌보드는 13일 온라인 기사에서 ‘코첼라 첫날 최고의 순간’ 중 하나로 에이티즈의 공연을 꼽으며 “흠잡을 데 없이 정확한 안무로 댄스 음악 위주의 무대에 꼭 맞는 공연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지난달 미국 대중문화 전문지 롤링스톤은 앞으로 기대되는 신인으로 르세라핌을 소개하며 “이들이 세계를 제패할 순간이 머지않았다”고 단언했다.

고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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