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45.1조 대출 후 못 갚은 잔액 32.5조
"3월은 '고난의 달'... 재정 조기집행 영향도"
정부가 세입 부족을 메우기 위해 한국은행으로부터 빌린 금액이 지난달에만 35조 원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분기 말까지 채 갚지 못한 잔액도 가장 많았다.
14일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대(對)정부 일시대출금·이자액’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3월 말)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대출하고 아직 갚지 않은 잔액은 32조5,000억 원이다. 통계를 전산화한 2011년 이후 동 기간 가장 많은 규모로, 코로나19로 정부 지출이 확대된 2020년 1분기 잔액(14조9,130억 원)의 두 배가 넘는다.
1~3월 누적 대출액은 45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3월 한 달간 빌린 돈만 35조2,000억 원에 달한다. 14년을 통틀어 월 기준 최대 대출액이다. 1분기 정부 일시대출금에 따른 이자액은 총 638억 원으로 산출됐다. 한은은 2분기 중 정부로부터 1분기 발생 이자를 받을 계획이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대출제도는 세입과 세출 사이 시차로 발생하는 일시적 적자를 메우기 위해 정부가 활용하는 수단이다. 개인이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 대출)’을 열어놓고 수시로 자금을 충당하는 것과 비슷해, 길게는 몇 개월씩 걸리는 국채 발행보다 절차가 간편하다.
3월은 통상 나가는 돈(세출)보다 들어오는 돈(세입)이 적은 ‘고난의 달’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법인세의 경우 3월 말까지 걷지만 국고로 넘어오는 건 그 이후”라며 “세입·세출 간 불균형이 커지는 2, 3월을 한은 일시대출제도로 버티고 4, 5월 다시 회복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물가 고공행진과 경기 침체 탓에 ‘쓸 곳’이 늘어 상황이 더 빠듯해졌다. 앞서 1월 기재부는 약자복지·일자리·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을 중심으로 상반기 중 역대 최대 비중(65% 이상)의 재정을 조기 집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간 국회에선 국정감사 등 계기가 있을 때마다 정부의 한은 차입이 과도하다는 목소리를 내왔다. 이날 양 의원도 “곳간 사정이 좋지 않다 보니, 급할 때 예외적으로 사용해야 할 한국은행 차입금을 정부가 자주, 많이 끌어다 쓰고 있다”며 “근본적 대책으로 세원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시대출로 인해 풀린 돈이 시중에 오래 머물면 원홧값이 떨어지고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한은도 대출 조건을 한층 끌어올린 상태다. 올해부터는 기존 부대조건에 ‘일시차입금 평잔이 재정증권 평잔을 상회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정부는 평균 차입 일수 및 차입누계액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등 단서를 추가했다. 다만 한도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유지했다. 올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의결한 대정부 일시대출금 한도는 통합계정 40조 원, 양곡관리특별회계 2조 원, 공공자금관리기금 8조 원 등 총 50조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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