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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F, 글로벌 중추 국가 외교의 장으로

입력
2024.04.15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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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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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ARF 전문가·저명인사’(ARF EEPs) 회의가 오는 25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린다. 27개 회원국의 외교·안보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이 회의체는 아세안 회원국과 비아세안 회원국이 공동의장을 맡아 매년 번갈아 가며 회의를 개최하는 1.5 트랙 성격을 띤다. 올해는 우리나라와 브루나이가 공동의장 자격으로 회의를 주재한다. 그리고 이번 제16차 회의 결과는 올해 ARF 외교장관회의에 제출될 예정이다.

ARF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다자 안보협력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협의체다. 동북아와 달리 동남아시아에서 다자 안보협력이 상당한 진전을 거둔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세안의 역할이 중요했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동아시아 지역에 상존하는 역내 갈등과 위험 요소들로 인해 다자 안보협력을 추진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아세안으로 결속된 동남아 국가들은 역외 국가들과의 대화·협력 기반을 강화해 다자 안보협력의 가능성을 열었다. 마르티 나탈레가와 전 인도네시아 외교부 장관에 의하면, ARF는 과거 동서 강국 경쟁 구도의 대상물에서 아세안을 통해 역내 구도의 설계자로 거듭난 동남아시아의 대전환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글로벌 다자 안보 협의체로 자리 잡은 ARF는 우리에게 중요하면서도 동시에 도전적인 다자외교의 현장이기도 하다. 남북한이 함께 회원국으로 가입한 유일한 지역협의체로, 외교장관 회의 기간 중 남북한 외교부 장관이 만나 회담 또는 대화를 할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 주목받았다. 또한 외교장관회의 기간 중 별도의 외교부 장관 회동을 통해 역내 주요 국가와의 외교 현안을 논의하고 이들 국가와의 관계를 우호적으로 관리하는 유용한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우리 외교·안보에 매우 중요한 이슈들이 늘 주요 의제로 상정되고 있어 다양한 입장을 가진 회원국을 상대로 이러한 이슈에 대한 우리 입장을 관철해야 하는 외교력의 중요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이번 ARF EEPs 회의는 우리의 글로벌 중추 국가 비전을 실천할 좋은 기회다. ARF의 관심사에 부합하는 심도 있는 논의와 참신한 아이디어를 담은 보고서를 제출, 일부 전문가들이 ‘단순한 대화의 장’이라고 폄하하는 ARF 회의의 실효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전통적 의제에 더해 경제 안보, 사이버 안보 등 신흥 안보 이슈에 대한 폭넓은 논의로 ARF의 글로벌 복합 위기 해소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올해는 ARF 출범 30주년이자 한-아세안 대화 수립 35주년이기도 하다. 앞서 우리 정부는 아세안과의 관계를 확대·격상하기 위해 한-아세안 연대 구상(KASI)을 제안했다. 이런 의미 있는 해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ARF EEPs 회의는 KASI를 구현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서정하 단국대 초빙교수·전 주싱가포르대사·ARF EEPs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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