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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만 희생 잊지 말아야"... 한국서도 '르완다 대학살' 30주기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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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만 희생 잊지 말아야"... 한국서도 '르완다 대학살' 30주기 추모

입력
2024.04.0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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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족 갈등이 촉발한 르완다 내전
매년 곳곳서 추모 행진·행사 열려

9일 낮 12시 서울 마포구 합정역에서 르완다 교민들이 대학살 30주기 추모 행진을 하고 있다. 서현정 기자

9일 낮 12시 서울 마포구 합정역에서 르완다 교민들이 대학살 30주기 추모 행진을 하고 있다. 서현정 기자

'퀴부카30 (Kwibuka 30) 기억하고 결속하고 다시 새로워지자(Remember, Unite, Renew)'

9일 낮 12시 서울 마포구 합정역 6번 출구. 언뜻 보면 의미를 알기 어려운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든 아프리카 르완다인 30명이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이들이 입은 티셔츠와 모자에도 같은 글귀가 적혀 있었다. 퀴부카는 르완다어로 기억한다는 뜻. 최악의 제노사이드(집단 학살) 범죄 중 하나로 꼽히는 르완다 대학살 30주기를 추모하는 행렬이었다.

벨기에 식민통치가 잉태한 종족갈등은 결국 1994년 4월 6일 대규모 학살로 이어졌다. 벨기에는 소수부족 투치족을 지배 계급으로, 다수 후투족을 피지배계급으로 나눈 차별 정책을 식민지배에 악용했다. 뿌리깊은 종족 대립은 독립을 쟁취하고도 쉽게 봉합되지 않았다. 그해 후투족 출신 르완다 대통령이 비행기 격추로 암살당했다. 투치족 소행으로 여긴 르완다 군부는 투치족의 씨를 말리라 명했고, 100일간 내전으로 어림 잡아 80만 명이 희생됐다.

영화(호텔 르완다)로 만들어질 만큼 잔혹함의 여파는 컸다. 다시는 핏빛 살육이 일어나지 않도록 매년 4월 7일을 전후로 세계 곳곳에서 추모행사가 열린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주한 르완다대사관은 이날 30분간 합정역에서 극동방송까지 희생자들을 기리는 행진을 하고, 극동방송 아트홀에서 추모식도 열었다. 38개국 대사와 르완다 교민 80여 명 등 150여 명이 참석해 학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9일 서울 마포구 극동방송에서 르완다 대학살 30주기 추모행사가 열리고 있다. 서현정 기자

9일 서울 마포구 극동방송에서 르완다 대학살 30주기 추모행사가 열리고 있다. 서현정 기자

행사에 참석한 정병원 외교부 차관보는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해 비극으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전한다"며 "역사를 잊지 않고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 바쿠라무자 은쿠비토 만지 주한르완다 대사는 "30주기를 함께해 준 여러분께 감동과 감사를 드린다"고 화답했다. 그는 "한국에 있는 르완다 교민 300여 명 중 3분의 1이 참여하는 중요한 행사로 학살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행사장에는 30주년을 상징하는 30개의 촛불도 타올랐다.

2018년 한국에 유학 왔을 때부터 추모식에 참석한 교민 조셉 비투무키자(34)는 대학살의 악몽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군인들이 아침 일찍 집 문을 두드리며 엄마와 가족들에게 큰소리를 쳤다"며 "이웃들이 살해당했고 내 친척들도 학살로 숨졌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한국인들에게도 비극을 잊어선 안 된다고 알리고 싶어 해마다 행진에 동참한다. 엄소희(40)씨는 "한국에 거주하는 르완다 교민들을 통해 행사 소식을 알게 됐다"면서 "매년 참석해 기억하고 애도하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인들도 연대했다.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수도 키갈리 대학살 기념관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우리 국민이 다시는 죽도록 방치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직접 참석했다. 인도 정부는 8일 델리의 유명 유적지 쿠투브 미나르에 르완다 국기의 색상 조명을 밝혔고, 같은 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제노사이드 추모관에서도 30주기 추모 행사가 개최됐다.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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