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땅 사면 비자 주던 시대, 안녕"... '황금 비자' 유럽서 사라진다

알림

"땅 사면 비자 주던 시대, 안녕"... '황금 비자' 유럽서 사라진다

입력
2024.04.10 09:30
N면
0 0

부동산 투자↔거주 허가 '황금 비자'
10여 년 전 경제위기 때 줄줄이 도입
"집값 상승" "안보 위협" 지적에 폐지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엘 공원을 바라보고 있는 여성 관광객. 게티이미지뱅크

스페인 바르셀로나 구엘 공원을 바라보고 있는 여성 관광객. 게티이미지뱅크

유럽에서 외국인 부유층을 겨냥한 '황금 비자'가 사라지고 있다. 황금 비자는 일정 금액 이상의 부동산 구매 등 투자를 조건으로 외국인에게 거주허가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2010년 초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던 스페인 등이 외국 자본 유치 수단으로 줄줄이 도입했다.

그러나 황금 비자가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고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2022년 2월) 후 외국인 거주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더해지면서 황금 비자 시대는 저물게 됐다.

"주택 투기 안 돼" 스페인, 황금 비자 폐지 예고

영국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황금 비자 제도를 폐지할 예정"이라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스페인은 2013년부터 △최소 50만 유로(약 7억3,584만 원) 부동산 투자 △최소 100만 유로(약 14억7,167만 원) 은행 예금 △최소 200만 유로(약 29억4,334만 원) 국채 투자 등 요건에 부합하는 외국인에게 거주허가권을 부여해왔다. 황금 비자를 받은 외국인은 스페인 거주 5년 뒤 영주권을, 10년 뒤 시민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황금 비자가 이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스페인 정부에 따르면 2022년 11월까지 약 5,000건의 황금 비자가 발급됐는데, 대부분 주택 구입과 관련됐다.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말라가 등 주요 도시나 관광지에 주택 구입이 몰렸다. 산체스 총리는 "우리는 주택이 투기 수단이 아니라 시민 권리가 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경제학자들은 황금 비자를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보지 않지만, 산체스 총리는 지난해부터 황금 비자 제도를 중단하라는 정치적 압박을 받아왔다"고 분석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포르투갈은 폐지, 그리스는 축소

포르투갈도 비슷한 이유로 2012년 도입했던 황금 비자 제도를 지난해 12월 폐지했다. 포르투갈도 스페인과 마찬가지로 최소 50만 유로의 부동산을 구입하는 외국인에게 거주허가권을 부여해왔다. 아일랜드는 2012년 도입한 황금 비자 제도를 지난해 2월 종료했다. 최소 200만 유로의 순자산을 보유한 외국인이 3년 동안 최소 100만 유로를 투자하거나 최소 50만 유로를 기부할 경우 거주허가권을 부여하는 내용이었다.

2013년 황금 비자를 도입한 그리스는 발급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원래 최소 25만 유로(약 3억6,783만 원) 부동산을 구입하는 외국인에게 거주허가권이 발급됐으나, 지난 2월 이 기준은 80만 유로(약 11억7,706만 원)로 3배 이상 높아졌다.

그리스 산토리니. 게티이미지뱅크

그리스 산토리니. 게티이미지뱅크


"중국·러시아인이 싹쓸이"… 안보 위협도 원인

유럽 국가들이 줄줄이 황금 비자를 폐지한 또 다른 원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기점으로 안보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22년부터 회원국들에 "돈을 받고 거주허가권을 부여하는 메커니즘을 재고하라"고 경고해왔다. 여기에는 별다른 감시·감독 없이 거주허가권을 취득한 외국인이 유럽 역내에 어떤 안보상 위협을 가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내포됐다. 유럽 황금 비자의 다수가 중국인과 러시아인에게 발행됐다.

황금 비자가 탈세, 테러 자금 조달, 부패 등 범죄와 연관될 수 있다는 우려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의 가치는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