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병원 예약 일반적 프랑스
'환자 노쇼' 연 2700만 건 추정
정부 "건당 5유로씩 벌금" 추진
프랑스 정부가 의료기관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일명 '토끼세'라 불리는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토끼세란 병원 예약을 잡아둔 뒤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노쇼(No-show) 환자'에게 물리는 벌금을 말한다.
의료 대기 시간 늘어나자... 칼 빼 든 정부
프랑스에서는 의료진과의 약속을 잡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프랑스병원연맹(FHF)에 따르면 2019년 대비 2024년 의료 대기 시간은 두 배가량 증가했다. 일반의는 4일→10일로, 심장전문의는 1개월 3주→2개월 2주로 늘었다. 의료 대기 시간이 증가하면 의료진이 개별 환자 진료 및 치료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므로 전반적인 의료 서비스 질이 떨어진다. 대기 시간에 지친 환자가 응급실로 직행하는 등의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기 때문에 의료 시스템도 망가진다.
프랑스 정부와 의료계는 '노쇼 환자 증가'가 이러한 상황을 야기한 원인 중 하나라고 봤다. 프랑스에서는 환자가 유럽권 병원 예약 플랫폼인 독톨리브(Doctolib)를 통해 예약을 한 뒤 병원을 찾는 게 일반적인데, 예약 취소 없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전국의사협회 등은 "매주 6~10%의 환자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은 '노쇼 환자' 건수가 연간 2,700만 건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더 이상 못 참아"... '7300원 벌금' 추진
7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몽드 등에 따르면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는 전날 지역 매체 인터뷰에서 "더 이상 약속을 지키지 않는 환자를 감당할 수 없다"며 토끼세 도입을 공식화했다. 올해 1월 총리 임명 후 토끼세 시행 의지를 밝혔지만 2025년 1월 발효를 목표로 관련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토끼세는 직역하면 '토끼를 내려놓다'이지만 실제론 '예고 없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뜻으로 쓰이는 구어체 표현(poser un lapin)에서 따왔다.
아탈 총리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의료진과의 약속 시각 24시간 전에 취소 통보를 하지 않고 진료에 가지 않는 환자에게 5유로(약 7,329원)의 벌금을 물릴 예정이다. 진료 예약 과정에서 환자 및 카드 정보를 등록하도록 해, 병원 신고 접수 시 즉각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프랑스 정부는 토끼세 도입을 통해 연간 1,500만~2,000만 건의 노쇼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의료계에서는 토끼세에 대체로 긍정하면서도 의료 정책이 온라인 플랫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아탈 총리는 토끼세 도입 외에도 환자의 의료 기관 접근성 향상을 위한 방편으로 야간 근무 의료진에게 재정적 인센티브 부여, 의대 교육 정원 확충(2년 차 기준 2023년 1만 명→2027년 1만6,000명) 등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반의 진료를 반드시 거쳐야 전문의를 만날 수 있는 규정도 손질해, 일부 질환의 경우 바로 전문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제도도 시범 도입할 예정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