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타이난 최선단 공정 완전, 전체 공정 80% 이상 복구"
서구에선 양안관계·지진 등 대만 생산 집중 위험 부각
3일 대만에서 발생한 25년 만의 강진에 세계 주요 거대 기술기업(빅 테크)에 반도체를 공급 중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를 포함한 대만의 반도체 제조사들도 영향을 받았다. TSMC와 대만 정부는 "철저한 대비로 공정을 대부분 복구했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첨단 반도체의 특성상 생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반도체를 사다 쓰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공급망 다변화의 필요성이 생기면서 그 대안으로 한국의 삼성전자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연관기사
5일 업계와 대만 언론에 따르면 TSMC는 전날 성명을 통해 전체 공정의 80% 이상을 복구했으며 특히 최신 공정이 집중돼 있는 타이난의 '팹 18'은 4일 저녁 완전히 복구됐다고 밝혔다. 팹 18은 3·5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급 반도체 공정이 위치한 곳이다. TSMC는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비롯한 주요 기계는 손상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진의 여파가 더 큰 대만 북부의 자동차 부품 생산 공정은 복구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시장 3위권인 대만의 UMC와 대만에 D램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미국의 마이크론, 애플의 공급 업체로 유명한 폭스콘 등도 여파를 점검했다. 마이크론은 3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진이 운영 및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있다"며 "평가가 끝나면 공급 상황 변동을 고객에게 알리겠다"고 밝혔다.
대만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4일 신주·타이중·타이난에 위치한 3개 과학단지를 점검한 결과 주요 웨이퍼(반도체 원판) 제조 공장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 정부는 "과학단지의 첨단 공장 건물은 내진 설계를 갖추고 제조 공정에 사용되는 장비와 기계에는 보호 장치가 장착돼 있다"면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바클리는 "TSMC, 2분기 약 800억 원 손실 예상"
이를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엇갈린다. TSMC에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 대부분을 위탁하고 있는 엔비디아는 3일 성명을 통해 "파트너와의 협의 결과 대만 지진이 공급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TSMC에 전폭적으로 신뢰를 보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역시 "세계적 수준의 지진 완화 조치를 갖춘 대만 반도체 공장의 높은 기준 덕에 파운드리와 D램 생산에 영향이 미미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신주에 있는 TSMC 본사의 연구개발(R&D) 시설이 배관 파손으로 피해를 입었는데 양산 이전 단계이긴 하지만 이곳에 위치한 2㎚ 공정이 영향을 받아 신규 장비를 사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서구 쪽 업계와 전문가들은 중국으로부터의 안보 위협을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지진에도 노출된 대만에 반도체 공급망이 집중된 것에 불편한 시선을 보였다. 국제투자은행(IB) 바클리는 3일 보고서를 통해 "일부 고성능 반도체는 몇 주 동안 진공 상태에서 연중 무휴 24시간 원활한 생산이 필요하다"면서 TSMC가 2분기 6,000만 달러(약 810억 원)의 손실을 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에선 TSMC에 이어 파운드리 2위인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김동원·유우형 KB증권 연구원은 5일 보고서를 통해 "대만 지진과 양안관계의 지정학 리스크 등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파운드리 공급망 다변화의 유일한 대안이자 생성형 AI 시장에서도 매력적인 파트너로 떠오를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