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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수로 "'오징어게임2' 노재원, 연극학교 출신 인재" (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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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수로 "'오징어게임2' 노재원, 연극학교 출신 인재" (인터뷰②)

입력
2024.04.03 08:01
수정
2024.04.0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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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학교 10주년 맞이한 김수로
'괴물 신예' 발굴하며 보람 느끼는 배우
"서혜원·노재원 등 연극학교 출신 배우들 활약 기뻐"

배우 김수로가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수로 SNS

배우 김수로가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수로 SNS

30년간 연기의 매력에 빠져 한 길을 걸어온 배우. 좋은 배우가 되는 것만큼이나 훌륭한 신예 발굴에 힘쓰고 있는 스승. 배우들의 목마름을 채워줄 무대를 만들고, 연극의 매력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대중에겐 예능으로도 익숙한, 유쾌함으로 무장한 배우 김수로다.

김수로는 1993년 강우석 감독의 '투캅스' 1편에 출연하며 스크린에 데뷔했다. 이후 1999년 강제규 감독의 '쉬리'를 거쳐 같은 해 김상진 감독의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철가방 역을 맡으며 관객들에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반칙왕' '비천무' '신라의 달밤' '화산고' '태극기 휘날리며'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국가대표' '마이웨이' '점쟁이들' '신과함께-죄와 벌' 등 수많은 영화에 출연하며 특유의 존재감을 과시해왔다.

안방극장에서의 활약도 이어졌다. 2010년 '공부의 신'에서 강석호 역을 맡아 25%의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고, 2012년 방송된 SBS '신사의 품격'에서는 장동건·김민종 등과 주연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SBS '별에서 온 그대', tvN '응답하라 1988'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JTBC '구경이' 등의 인기 작품에 특별출연하며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데 이어 2022년 SBS '우리는 오늘부터'에서는 홍은희, 임수향 등과 주연으로 극을 이끌었다.

뛰어난 예능감으로도 유명하다. 유재석 김종국 이효리 등과 함께 '패밀리가 떴다'의 멤버로 활약하며 큰 사랑을 받았고 월드컵 시즌에 꼭짓점 댄스를 유행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유머러스한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만 실제로 김수로는 카리스마와 따스함이 공존하는 사람이다.

그의 활동은 단지 연기나 연예 활동에만 그치진 않는다. '김수로 프로젝트'를 통해 꾸준히 연극을 제작해왔고 더블케이 연극학교도 운영하며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다. 해마다 연극영화 전공 대학생들을 뽑아 무료로 이론과 실전을 익히게 해주는 연극학교는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어려움도 무수히 많았지만, 김수로는 포기하지 않았다. 사비를 털은 것은 물론이고 주변의 고마운 후원도 있었다. 김수로를 직접 만나 지난 시간들에 대한 소회를 들어봤다.

왜 연극이 중요한가

"드라마는 혼자 연습하는 경우가 많아요. 매일 불러서 트레이닝을 못하죠. 연극은 매일 연습을 하고, 선배들의 연기를 보면서 실습하게 되거든요. 집에서 혼자 계산하고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는 건 결국 기술을 소모하는 겁니다. 연극은 매일 8시간씩 6주를 하니 연기가 좋아질 수밖에 없어요. 자꾸 창의적인 생각이 디벨롭되는 거죠. 연극은 순수예술이잖아요. 장인정신으로 계속하는 거예요."

김수로는 연극 연습이 일종의 리허설이라며, 현장에서 만나는 매체 연기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단 한 번의 실수가 용납이 안 되는 거죠. 소리가 열리고 발성 자체가 달라져요. 소리는 키우는 훈련을 할수록 커지고 성대가 단단해지거든요."

겨울방학 때 진행되는 연극학교의 교육 시스템에 대해서도 설명한 그는 좋은 선생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대학 강의료보다 더 주면서 부르려고 노력한단다. 이제는 세계적인 연출가를 초빙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메일을 보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연극학교를 찾아온 열정 넘치는 학생들에게 하나라도 더 좋은 가르침을 주기 위해 항상 고민한다는 그다.

김수로는 연극학교를 유지하기 위해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후학 양성은 계속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유지가 목표가 아니라 좋은 수업이 목표니까 후배들에게 어떤 양질의 수업을 해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만 10년 했어요. 세계적인 학교를 다 가봤죠.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선생의 연기 기술법을 우리 후배들에게 이식해주는 것이 꿈이에요. 그 결과물을 무대에 올렸을 때의 퀄리티를 보여주고 싶고요."

그는 국내 연기 교육의 문제점으로 지나친 경쟁을 꼽기도 했다. 1등을 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인해 극심한 우울증을 호소하는 학생들도 많이 있다고. "최근에 친한 교수한테 전화가 왔어요. 힘들어하는 친구도 많고 연기를 긍정적으로 해야 하는데 '왜 나는 안될까' 하며 자책을 한다고요. 와서 특강을 해달라길래 좋다고 했어요. 무조건 하고 싶다고 했죠. 학교에서 우수한 인재를 뽑아놓고 많이 성공하는 건 당연지사지만 심리 치료나 이런 게 따라와야 해요. 직업을 잘 영위하다 보면 부와 명예가 따라오는 거지만 누구나 다 되는 건 아니죠. 긍정적으로 삶을 풀어가는 걸 가르치고 싶어요."

그는 배우를 볼 때 집중력이나 삶의 깊이, 매력 등 여러 분포도가 있지만 결국은 '연기력'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학생들은 연기를 배우러 학원에 가는데, 고액 연봉으로 10억 이상 버는 학원도 많거든요. 저도 좋은 선생이라 생각은 안 하는데 이 시기에 필요한 선생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연기 수업은 연극이라고 봐요. 그래서 그걸 못 버리는 거고요. 후학을 양성하려면 연극을 할 수 있는 자리를 펼쳐주면 돼요."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배우 노재원. 눈컴퍼니 제공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배우 노재원. 눈컴퍼니 제공

연극학교 출신 배우들의 활약상도 이어지고 있다. tvN '환혼' JTBC '끝내주는 해결사' 등에 출연했던 배우 서혜원은 오는 8일 방영되는 tvN 새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도 출연한다.

특히 눈에 띄는 배우는 노재원이다. 그는 연극학교 2기 출신으로, 졸업 당시 2등을 차지한 인재다. '윤시내가 사라졌다'에서 묘한 매력의 젊은 이미테이션 가수 준옥(윤시내)을 연기한 노재원은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신인상 후보에 올랐다.

지난해 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박보영과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며 존재감을 각인시켰고, ‘살인자ㅇ난감’에서는 두 여자 사이를 오가며 갈등을 유발하는 나쁜 남자 하상민 역으로 등장해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최근 '오징어 게임' 시즌2 캐스팅 소식이 전해져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으며 디즈니플러스 신작 '삼식이 삼촌' 공개도 앞두고 있다.

김수로는 "재원이가 특히 잘 되고 있어서 기분이 좋다. 유망주들은 많은데 앞으로 더 많은 연극학교 출신 배우들이 활약하길 바란다"며 "'위선자 탁 선생'에서 기막힌 연기를 보여준 신인 배우들에게도 기대가 크다. 그야말로 괴물 신예들"이라고 칭찬했다.

그는 박해수나 손석구 등의 배우들이 작품의 흥행 이후 연극 무대로 다시 돌아갔던 것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했다. "선수들은 알거든요. 똑똑한 배우들이라고 생각해요. 분명히 연극이 이 시점에서 연기력을 높여주는 좋은 도구가 될 거라는 걸 아는 거죠."

연기력은 과연 타고나는 것일까, 아니면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서도 가능한 것일까. 이 물음에 김수로는 "훈련을 통해 이겨낼 수 있다. 물론 재능이 못 미치면 오래 걸릴 수는 있다. 그래도 꾸준히 죽어라고 하면 (연기로) 밥 먹고는 살 수 있다"며 "나는 코미디에 재능이 있었지, 연기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은 안 했는데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은 거다"라며 겸손을 표했다.

김수로는 공연 제작 역시 연기에 대한 갈망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우가 365일 연기를 할 수 없잖아요. 공부를 하면서 연기하는 게 좋은 거라서 제작을 한 거예요. 끊임없이 연기를 하고 싶고, 결국 제가 무대에 서 있을 때 제일 행복하더라고요. 장인까지는 아니어도 시청자들이 보기에 좋은 연기를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제작을 하게 된 거였어요."

연기를 할 때가 제일 행복하다는 김수로는 꾸준히 오래 연기하는 배우로 남고 싶은 바람을 전했다. "60대에 좋은 배우가 되길 꿈꾸고 훈련하는 거니까 지금부터 준비를 잘하려고 해요. 이순재, 신구, 박근형 선생님처럼 되고 싶죠. 원톱 스타 이런 건 원하지 않아요. 제가 그럴 사람도 아니고 선생님들처럼 평생 연기하고 싶습니다. 만약에 연기를 못 하면 판을 깔아주는 선배가 되고 싶고요."



유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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