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단독] 황정음에 '상간녀' 누명쓴 J씨가 참았던 이유

알림

[단독] 황정음에 '상간녀' 누명쓴 J씨가 참았던 이유

입력
2024.04.04 21:34
수정
2024.04.04 21:40
0 0

황정음, 애꿎은 일반인 '상간녀'로 지목
악플·모욕에 시달린 회사원 J씨
4일 오전 본지와 통화하며 기사화 망설여
법조계 "황정음 행동,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의 우려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선 배우 황정음. 뉴시스

논란의 중심에 선 배우 황정음. 뉴시스

20대 여성 회사원 J씨가 사실이 아닌 부정적인 이슈로 저격 당하며 하루아침에 유명인사가 되어버렸다. 101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유명 연예인이 자신의 얼굴을 공개하며 '상간녀' 낙인을 찍었기 때문이다.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펼쳐졌고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J씨는 자신의 입장을 내세우기 전, 한 번 더 숨을 골랐다. 상대방의 사정을 배려하기 위함이었다. 4일 오전, 그와 직접 이야기를 나눴지만 본지가 기사화하지 않은 이유다.

이 모든 사건의 중심에 있는 건 배우 황정음이다. 황정음은 지난 2016년 프로골퍼 출신 사업가 이영돈과 결혼해 슬하에 두 아들을 두고 있다. 지난 2020년 한 차례 이혼 위기를 겪고 이혼 조정을 통해 다시 부부의 연을 이어가기로 했지만, 재결합 3년만인 지난 2월 이혼 소송 중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SNS를 통해 남편을 공개 저격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힘든 시간을 보냈음을 털어놓은 황정음에게 대중의 지지와 응원이 이어졌다.

하지만 솔직함을 넘어선 감정적 폭로와 저격은 결국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고 말았다. 황정음은 4일 자신의 SNS에 한 장의 사진을 올리며 "추녀야. 영도니랑 제발 결혼해 줘. 이혼만 해주고 방콕 가면 안돼?"라며 "네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남의 남편 탐하는 거야"라는 글을 게재했다.

해당 사진은 한 여성의 SNS를 캡처한 것이었다. 이를 통해 J씨의 사진과 SNS 계정이 그대로 노출됐다. J씨가 작성한 글에는 "일박으로 방콕 간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야. 그렇지만 그만큼 잊지 못할 여행이 되었다. 강민수 이영돈 고마워"라는 내용이 담겼다. 황정음은 이영돈이라는 이름을 보고 분노해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고 J씨의 사진을 퍼나른 것이다.

이 게시물은 이내 삭제됐지만 네티즌들은 빨랐다. J씨의 사진이 급속히 퍼지면서 이름과 나이 등 신상 정보가 털렸고, 과거 그가 출연했던 유튜브 영상에까지 "왜 유부남이랑?" "골프를 좋아하시는군요" "완전 가짜 XX인데요" 등의 악플이 달리기 시작했다.

"입장 밝히기 전 황정음이 글 올린 이유 듣고 싶다" 했던 J씨

논란은 일파만파 커졌고 이날 오전 본지는 J씨에게 전화를 걸어 10분간 통화했다. "현재 SNS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분이 맞냐"고 조심스레 묻자, 그는 "맞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황정음님의 답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J씨는 "나는 평범한 회사원이고 지금도 출근한 상태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서 휴대폰을 확인했는데 (SNS가) 비공개 계정인데 팔로우 신청이 몇백 명이 왔더라. 내 강아지 계정에도 요청이 여러 개 왔다. 불길하긴 하더라. 메시지를 확인했는데 '미쳤네, 추녀'라고 악플이 왔더라"라고 밝혔다.

이어 "놀라서 내 이름을 구글링을 해봤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내 얼굴이 뜨더라. 상간녀라고 나와서 '이게 뭐지?'하고 봤는데 황정음님이 나를 박제하고 올렸더라. 그러고나서 삭제를 하셨다더라"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내 친구 이름이 이영X인데, 진짜 열심히 사는 친구다. 별명이 예전부터 이영돈이다. (방콕에 갈 당시) 항공권 구매 내역과 친구들과 다녀온 브이로그 영상도 있다"며 "나는 이영돈님과 아예 관련이 없다. 스쳐 지나간 적도 없는 사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J씨는 "난 심지어 황정음님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분 SNS에 (남편이) 박제된 것을 보면서 '좋아요'도 누르고 그랬는데 나를 올려서 (당황스럽다)"라며 "업소 출신 이런 말도 안 되는 글도 올라왔더라. 손이 떨린다. 출근은 했는데 오후 반차를 쓰고 (사건을) 정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무척 황당하고 억울해 보였던 그에게 입장을 기사화해도 되겠냐고 묻자 잠시 망설였다. J씨는 "내가 섣불리 행동하지 않는 이유는 황정음씨에게 왜 그랬는지 의견을 듣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걸 다 들은 뒤에 해명을 하고 싶다. 일이 더 커지는 것도 원치 않는다"라고 했다. 또한 개인사로 마음고생을 한 황정음이 온전한 상태가 아닐 것을 짐작하며 배려하는 모습이었다.

이후 J씨가 언급했던 '이영돈' 별명을 가진 친구 B씨가 OSEN과 인터뷰한 내용이 11시 30분쯤 공개됐다. B씨는 "친구들 3명이서 방콕 여행을 갔다. 우리는 황정음씨 남편이 이영돈이라는 분인 것도 몰랐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독특한 이름 때문에 이영돈이라는 별명이 붙은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황정음씨가 본인의 계정에 올리셨더라. 우리가 쓴 걸 누가 보냈나보다. 그런데 근거도, 증거도 없고 아무 확인도 되지 않은 사실을 팔로우 100만 명을 가진 공인이 계정에 올려 버리면 나랑 내 친구들은 뭐가 되냐. 생각이 짧으신 것 같다. 너무 화가 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J씨 역시 SNS 프로필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는 "황정음님이 저격한 이영돈 상간녀 아니다. 이영돈님이 뭐하시는 분인지도 몰랐고, 그 분도 제 존재 자체를 모르실 거다. 평소에 'SNL' 안 보는데 이번에 황정음님 응원해서 처음으로 끝까지 시청하고 응원했다. 황정음님 DM 확인해달라"는 문구를 게재하며 직접 해명에 나섰다.

이후 황정음은 "제가 개인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다. 일반분의 게시글을 게시하여 당사자 및 주변분들께 피해를 입힌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내용을 정정하기 위해서 이 공간에 다시 글을 작성하게 됐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에게도 직접 사과 연락을 드렸다"며 "많은 분들이 보시는 공간에 공과사를 명확히 구분해야 하는데 혼란스러운 감정 상태에서 잘못된 판단을 하여 대중분들께도 피로감을 드린 점 사과 드린다. 주의하도록 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황정음의 사과문은 J씨 등이 입은 피해에 비하면 너무나 단출했다. J씨는 SNS를 통해 "제대로 된 사과받지 못했는데 지금도 수많은 악플과 오해, 몇 천명의 악의적인 팔로우 요청, 악플 DM 등등 너무 고통스럽다"며 "백만 명의 팔로워를 가진 연예인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추녀라는 모욕, 상간녀라는 모함 등 본인의 감정으로 잘못 글을 올려놓고 게시글에 올라간 사과문은 두루뭉술하다"라고 지적하며 법적 대응도 검토 중이라고 알렸다.

그러자 황정음은 "제가 무관한 분을 남편의 불륜 상대로 오해하고 일반분의 게시글을 제 계정에 그대로 옮기고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용어들을 작성했다. 현재 피해 입으시는 분은 남편과 일면식도 없는 사건과 무관한 분들이고 상간녀가 아니다. 모욕적인 내용을 담아 게시글을 올리고 오해받을 수 있는 내용을 작성한 것, 그로 인해 악플을 받고 당사자와 그 주변 분들까지 추측성 내용으로 큰 피해를 받게 한 점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 해당 분들을 향한 악플과 추측성 허위 내용 확산을 멈춰주시기 부탁드린다.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고 피해에 대한 책임질 수 있도록 고민하겠다"라는 내용을 추가해 게시글을 수정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한규정 변호사는 본지에 "황정음이 불륜 상대라고 단정 지으며 특정 여성의 얼굴이 드러난 사진과 SNS 계정을 노출한 부분에 관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의 우려가 있다고 보인다"며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정보통신망법 위반죄가 성립되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즉 불륜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형사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불륜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날 경우에는 허위사실을 적시하는 명예훼손이 돼 가중처벌 되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유수경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