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롭부리 경찰, 진압 시 새총 등 허용
먹거리 부족에 포악… 인간 공격도 늘어
‘원숭이 도시’로 불리는 태국 관광명소 롭부리가 ‘원숭이 퇴출 작전’에 나섰다. 한때 지역 명물로 관광객을 끌어오는 효자 동물이었지만,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인간에게 피해를 입히자 경찰까지 동원해 단속하기로 했다.
28일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태국 수도 방콕에서 북쪽으로 155㎞ 떨어진 롭부리주 지방경찰청은 전날 ‘원숭이 진압팀’을 신설했다. 이들은 다음 달 1일부터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단속에 나선다.
원숭이가 공격성을 드러낼 경우 진압이 허용되고, 동물용 새총과 포획틀을 사용한 물리적 반격도 가능해진다. 그간 담당 공무원이 진정제를 쏘는 방식으로 원숭이를 잡았지만, 약효가 나타나기 전 약 5분 사이 인간을 공격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포획 방식을 바꿨다.
오랜 굶주림에 폭력적으로 변해
동물을 잡는 데 공권력까지 동원된 것은 원숭이로 인한 피해가 날이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그간 원숭이는 ‘롭부리 명물’로 통했다. 길거리를 자유롭게 오가는 긴꼬리원숭이를 보려 여행객이 몰리면서 관광 산업도 호황을 누렸다. 이와 함께 개체수도 급증했다. 2010년대 3,000여 마리 수준이던 이 지역 원숭이 수는 현재 1만 마리에 달한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관광객이 줄면서 원숭이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먹이를 주던 이들이 뜸해지자 굶주린 원숭이들은 주택가까지 내려와 먹거리를 훔쳤다. 오랜 굶주림에 폭력적으로 변하면서 사람을 공격하거나 안경, 휴대폰 등 소지품을 빼앗고 자동차와 오토바이에 올라타 난동을 부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원숭이 수백 마리가 도로 한복판에서 구역 다툼을 벌이면서 교통 체증을 일으키는 경우도 종종 발생했다. 버려진 건물이 원숭이 기지가 되고, 원숭이들이 쓰레기통을 모두 뒤집어 놓으면서 도심 곳곳에 악취가 심해지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지적했다.
피해 주민에게 보상금 지급도
여기에 최근 엠폭스(원숭이 두창) 감염 우려까지 더해지며 관광객들이 발길을 끊자 주정부가 결국 강경책을 내놓은 것이다. 포획된 원숭이들은 야생동물 구조 센터를 거쳐 ‘원숭이 공원’으로 보내질 예정이다.
중앙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태국 천연자연환경부는 24일부터 원숭이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주민에게 10만 밧(약 370만 원) 상당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국립공원·야생동식물보호국은 지난해부터 개체수 조절을 위해 대규모 중성화 수술에 나서고 있다. 다만 원숭이 번식 속도가 통제 속도보다 빠른 탓에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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