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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북일 정상회담 서둘렀지만… '납치 해결부터' 신중론에 북측도 돌아서

입력
2024.03.26 19:00
수정
2024.03.26 20:5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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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납치 문제 기존 입장 고수하자
김여정 "일본 접촉·교섭 거부하겠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8일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북한이 일본인 납치 문제 입장 변화를 요구하자 '북일 정상회담 신중론'으로 기울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그동안 북일 정상회담 성사에 강한 의욕을 드러낸 것과는 달라진 분위기다. 일본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북한도 "일본과의 접촉·교섭을 거부하겠다"며 하루 만에 입장을 바꿨다.

26일 현지 공영방송 NHK와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북한과 대화 시 '납치 피해자 전원 일괄 귀국'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기로 했다. 전날 "납치 문제는 이미 끝났다"며 사실상 이 문제를 정상회담 의제에서 배제할 것을 주장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재차 확인한 셈이다.

외교적 성과 필요한 기시다

아베 신조(오른쪽) 당시 일본 총리가 2018년 6월 1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 가족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아베 신조(오른쪽) 당시 일본 총리가 2018년 6월 1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 가족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북일 정상회담을 지지율 반등을 위한 돌파구로 삼으려는 기시다 총리는 지난 4일 '납치피해자가족연락회(가족회)'와 만나 "정상 간 관계 구축이 중요하다"며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그러나 김 부부장의 25일 담화로 인해 일본 정부 안에서 경계론이 부상했다. 아사히는 기시다 정권 간부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일본을 흔들려고 한다. 과잉 반응을 해서는 안 된다"며 "김 부부장의 담화 의도를 신중하게 보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했다.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도 '전원 귀국' 요구를 고수하고 있다. 가족회는 지난달 '일본 정부의 북한에 대한 독자 제재 해제를 반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했지만, '피해자 부모 세대가 살아 있는 동안 피해자 전원 귀국'을 조건으로 달았다. 요코타 다쿠야 가족회 대표는 아사히에 "요구 수준을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납치 문제를 양보할 경우 정부 비판 여론만 커질 수 있다. 아사히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정상회담 리스크가 너무 커 신중론을 유지해야 한다"며 "납치 문제 해결 없는 정상회담은 강한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NHK는 "피해자 전원 귀국 입장은 유지하면서 정상회담을 모색한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고 짚었다.

김여정, 하루 만에 입장 변화 "어떤 접촉도 거부"

일본 정부의 신중한 기류를 파악한 북한은 김 부부장이 "일본 측이 정상회담 개최 의지를 전달해 왔다"고 밝힌 지 불과 하루 만에 "일본 측과의 그 어떤 접촉도, 교섭도 외면하고 거부할 것"이라며 입장을 바꿨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내놓은 담화에서 "일본은 역사를 바꾸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며 새로운 조일(북일)관계의 첫발을 내디딜 용기가 전혀 없다"며 "해결되려야 될 수도 없고 또 해결할 것도 없는 문제들을 붙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상 최저 수준의 지지율을 의식하고 있는 일본 수상의 정략적인 타산에 조일관계가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며 "조일 수뇌 회담은 우리에게 있어서 관심사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기시다 총리는 "(김 부부장 담화에 대해) 하나하나 말씀드리는 것은 삼가겠다"면서도 "일본은 북한과의 여러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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