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세 야권 후보, 결선 투표 없이 당선 확정
'쿠데타 벨트' 속 "민주주의 전초기지 지켰다"
서아프리카 세네갈 대통령 선거에서 최연소 야권 후보 바시루 디오마예 파예(44)가 당선했다. 현 대통령이 정권 연장을 위해 코앞에 닥친 선거를 전격 연기하며 훼방을 놓았는데도 민주적 정권 교체에 성공한 것이다. 이는 2020년 이후 8번의 쿠데타가 발생한 아프리카에서 '민주주의의 보루'를 지켜낸 성과로 평가된다.
'과반 득표' 12년 만 민주적 정권 교체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선거에서 53.7%(개표율 90% 기준)를 득표한 파예 후보가 집권 여당의 아마부 바 전 총리(36.2%)를 누르고 사실상 당선을 확정 지었다. 세네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식 발표 전이지만, 바 전 총리는 이날 "파예 후보의 성공을 기원한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이로써 세네갈에서는 12년 만의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최근 주변 국가인 가봉,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기니 등이 군부 쿠데타로 잇따라 무너진 가운데 날아든 희소식이다. 세네갈은 아프리카 대륙을 가로지르며 형성된 '쿠데타 벨트'의 서쪽 끝 해안에 자리한 나라다. 1960년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후 4번의 정권 교체가 이뤄졌지만 쿠데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시험대 올랐던 민주주의… 변화 향한 열망 승리
이번 대선에서 세네갈 민주주의는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달 25일 예정됐던 대선을 불과 3주 앞둔 시점에서 마키 살 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연기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후 "대선 연기와 대통령 임기 연장은 '헌법 쿠데타'나 다름없다"는 격렬한 시위가 이어졌다. 경찰과 충돌해 4명이 숨졌다. 전례 없는 정치적 혼란은 헌법위원회가 대선 연기는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수습됐다.
영국 컨설팅 업체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무카히드 더마즈 수석 애널리스트는 "점차 독재자 본색을 드러내는 대통령이 있었지만, 그를 견제하는 활기찬 시민사회와 강력한 제도도 있었다"며 "이번 혼란은 오히려 세네갈의 강력한 민주적 문화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에 말했다.
특히 이번 선거는 변화를 향한 열망 속에 이뤄진 민주주의 승리라는 평가다. 세네갈 가스통 베르제 대학의 모리스 수딕 디오네 정치학 교수는 선거 결과가 "과거와의 단절, 완전한 변화를 위해 투표했다는 것"을 드러낸다며 "대통령이 선거를 연기함으로써 초래한 위기가 모든 세력을 결집시켰다"고 WP에 말했다.
세무조사관 출신 정치 신인, 선거 열흘 전 석방돼 당선
파예 당선자는 형사 처벌로 출마가 금지된 세네갈의 가장 강력한 야당 정치인 우스만 송코를 대리해 이번 대선에 나섰다. 송코의 지지를 받기 전까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세무조사관 출신의 정치 신인이다. 그는 지난해 4월 사법부를 모독한 혐의로 구금됐다 대선을 열흘 앞둔 지난 14일에야 전격 사면됐다. 단 열흘간의 선거 유세로 압도적 승리를 거머쥔 것이다.
파예 당선자는 부패 척결과 국가의 경제적 이익을 내세운 공약으로 젊은 유권자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다. 세네갈은 1,700만 명 인구 중 60% 이상이 25세 미만이다. 인구 대다수는 높은 실업률과 2022년 15%까지 치솟은 기록적 인플레이션,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미국 좌파 언론 자코뱅은 "정치 엘리트에 의한 민주주의의 퇴보에 저항한 젊고 가난한 세네갈 민중의 승리"라고 분석했다.
파예 당선자는 취임 이후 식민주의 유산으로 비판받고 있는 서아프리카 지역 공용화폐 세파(CFA) 프랑을 폐지하고, 외국기업과 맺은 대규모 광산, 가스, 석유 계약 재협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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