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제빵기사에게 노동조합 탈퇴를 종용하는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허영인(75) SPC그룹 회장이 처음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하지만 검찰의 출석 요구에 세 차례나 응하지 않았던 허 회장은 이날 조사에서도 갑자기 통증을 호소하며 귀가했다. 제대로 조사를 진행하지 못한 검찰은 허 회장을 조만간 재소환할 예정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 임삼빈)는 25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허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검찰이 노조 탈퇴 의혹 수사에 착수한 지 1년 5개월 만이다.
이날 출석은 허 회장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이뤄졌다. 그러나 정작 조사는 1시간 만에 끝났다. 허 회장이 조사 도중 아프다며 휴식을 요청했고, 결국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을 나선 허 회장이 실제 병원에 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조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도 전에 허 회장이 돌연 귀가하면서, 추가적인 소환 조사는 불가피해졌다. 검찰은 허 회장을 노조 탈퇴 의혹의 '정점'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허 회장이 그룹 계열사에서 벌어진 노조 탈퇴 종용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SPC그룹의 계열사인 PB파트너즈는 2019년 7월~2022년 8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탈퇴를 종용하고 승진 인사에서 불이익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PB파트너즈를 넘어 그룹이 전사적으로 이 과정에 관여했고, 배후에 허 회장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PB파트너즈는 파리바게뜨 제빵인력 채용과 양성 등을 맡고 있다.
검찰은 배경에 민주노총 노조를 탄압하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도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그룹이 사측에 친화적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식품노련 PB파트너즈 노조의 조합원 확보를 지원하고, 해당 노조위원장에게 사측 입장에 부합하는 인터뷰를 하게 한 정황을 포착했다. 황재복 SPC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허 회장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 정보를 빼내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SPC 임원들은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압수수색 영장 청구·집행 계획 등 각종 수사 정보를 빼돌리는 대가로 검찰수사관에게 620만 원 상당의 금품·향응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이번 수사는 2021년 5월 민주노총 파리바게뜨지회가 PB파트너즈의 노조파괴 행위를 수사해달라며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고소장을 제출한데서 시작됐다. 고용부는 이듬해 10월 황 대표 등 28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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