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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구호품 받으려던 시민에 또 총격… 유엔 사무총장 “도덕적 잔혹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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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구호품 받으려던 시민에 또 총격… 유엔 사무총장 “도덕적 잔혹 행위”

입력
2024.03.24 16:50
수정
2024.03.24 18:07
12면
0 0

"밀가루 받으려다가"… 19명 사망, 23명 부상
아랍권 "의도적 작전" 반발… 이 "발포 없었다"
미국, UNRWA 기부금 중단 내년까지 연장키로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들이 23일 이집트 북부 라파 검문소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진입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AFP 연합뉴스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들이 23일 이집트 북부 라파 검문소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진입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AFP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구호품을 받으려 몰려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총격을 가해 40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가자지구 인구 절반인 110만 명이 극심한 기아에 내몰릴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잔혹함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23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점령군(이스라엘군)이 구호물자를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총격을 가해 최소 19명이 숨지고 23명이 다쳤다"고 주장했다. 가자 주민 아마드 알구울은 CNN에 "가족 15명을 부양하고자 음식을 받으러 간 사촌이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전했다.

"구호물자 받으려다 최소 400명 숨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어린이들이 23일 남부 도시 라파에서 식량을 배급받기 위해 몰려있다. 라파=EPA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어린이들이 23일 남부 도시 라파에서 식량을 배급받기 위해 몰려있다. 라파=EPA 연합뉴스

구호 물자 인근 총격은 처음이 아니다. 문제제기가 본격화한 건 지난달 29일 이스라엘군 발포로 팔레스타인인 최소 118명이 목숨을 잃고 760명이 다친 사건이었다.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충격적 사태에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조사를 시작했고, 지난 5일 "올해 최소 14건의 총격 사건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지난 12일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해 10월 7일 개전 이래 최소 400명이 구호물자를 받으려다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구호품을 지키기 위한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는 반면, 아랍권 진영은 '가자지구를 아사시키려는 의도적 공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스라엘에 팔레스타인에 대한 '제노사이드'(소수집단 말살) 혐의가 제기된 상황에서, 구호품 인근 총격 역시 말살 작전의 연장선이라는 비판이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이날 총격은 이스라엘의 체계적인 작전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총격을 가한 사례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발포 사실 자체가 없었다고 부인했다.

"미국 기부금, UNRWA 예산 30%인데…"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가 밀가루 보급품을 7일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 피란민들에게 보급하기 위해 배치해놨다. 라파=로이터 연합뉴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가 밀가루 보급품을 7일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 피란민들에게 보급하기 위해 배치해놨다. 라파=로이터 연합뉴스

가자지구 상황은 악화일로다. 이날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의회가 내년까지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에 기부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의회가 올해 정부 본예산안을 처리하면서 "최소 1년간 지원을 유예한다"고 합의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 1월 UNRWA 직원 일부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습격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단체에 자금을 보내지 않았다. WP는 "UNRWA 관리들은 예산 30%를 차지하는 미국의 기부 중단이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국제사회 반발은 커지고 있다. 이날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가자지구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집트 북부 라파 검문소를 방문해 구호물자 진입을 막고 있는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그는 "국경의 한쪽엔 길게 줄을 선 구호품 트럭이, 또 다른 한쪽엔 기아의 긴 그림자가 드리웠다"며 "이는 비극 그 이상이며, 도덕적 잔혹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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