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부성, 중학교 새 사회과 교과서 채택
강제동원 합법화… 과거사 청산 운동 폄훼도
내년부터 일본 중학생들이 사용할 사회과 교과서가 일제강점기 식민 지배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더 흐리는 방향으로 변경됐다. 한국의 과거사 청산 운동을 폄훼하는 교과서도 나왔다. 그나마 중립적이라고 평가받는 교과서마저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표현하는 등 일본의 역사 왜곡과 우경화 흐름이 심해졌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2일 교과서 검정심의회를 열고 2025년부터 중학교에서 사용될 사회과 교과서 18종(역사 8종, 공민 6종, 지리 4종)이 검정을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한국 시민단체 '아시아평화와역사연구소'의 교과서 변경 사항 분석에 따르면 일본 중학 교과서는 4년 전 검정 때보다 가해 역사 책임 희석에 주력했다. 교과서들은 식민 지배에 대한 개인 보상은 '한국 정부에 맡겨졌다'고 못 박았다. 특히 제국서원은 역사 교과서에 '1965년 일한기본조약에 의해 개인에 대한 보상은 한국 정부에 맡겨졌다'고 새롭게 서술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3월 강제동원 문제 해법으로 피해자들에게 줄 배상금을 일본 기업 대신 한국 측 재단이 지급하는 '제3자 변제'를 추진하자 일본도 노골적인 책임 떠넘기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강제동원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강제성이 없다는 기존 방향을 넘어 합법성을 강조하는 쪽으로 표현했다. 데이코쿠서원은 '일본은 국민징용령에 기초해'라는 문구를 새로 삽입했고, 지유샤는 '한국이 근거 없는 전시노동자 문제를 가지고 나와'라고 기술했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서는 이쿠호샤 공민 교과서가 아사히신문의 '위안부 관련 보도 정정' 사례를 실어 위안부 문제가 거짓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지유샤는 또 공민 교과서에 한국의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 국가 귀속 특별법'이 인권 침해 우려가 있다는 황당한 주장을 담았다.
독도 문제와 관련, 4년 전처럼 '일본의 고유 영토이자 한국의 불법 점거'라고 기술한 교과서가 대다수였다. 특히 상대적으로 중립 성향으로 알려진 야마카와출판마저 4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새롭게 '고유 영토론'을 실었다.
이 밖에 창씨개명을 식민지 시혜론 차원으로 기술(이쿠호샤)하거나, 2차 세계대전의 태평양전쟁을 '대동아전쟁'으로 미화한 교과서(지유샤, 이쿠호샤)도 있었다.
연구소는 "일본 정부가 역사를 왜곡하고 전쟁과 식민지배를 미화하는 교과서를 검정 불합격시키고, 역사 왜곡과 잘못된 역사 인식을 하루속히 바로잡을 것을 촉구한다"라고 지적했다.
외교부도 대변인 성명을 내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및 강제징용 문제 관련 표현과 서술이 강제성이 드러나지 않은 방향으로 변경됐다"며 "일본 정부가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과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주장에 기반해 서술된 중학교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데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항의했다. 교육부도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일본 문부과학성이 자국 중심의 그릇된 역사관과 영토관으로 역사를 왜곡 기술한 중학교 사회과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즉각적인 시정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김홍균 외교1차관은 또 이날 오후 5시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를 외교부로 초치해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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