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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내고 꽃 가져간 할아버지, 3시간 뒤 돌아온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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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내고 꽃 가져간 할아버지, 3시간 뒤 돌아온 이유는

입력
2024.03.2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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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진주시의 한 무인 꽃 매장 이용
"키오스크 이용법 몰라 가져가" 사과
3시간 뒤 직원 있을 때 현금으로 결제

지난 18일 경남 진주의 한 꽃집에서 올린 매장 녹화 영상. 지난 4일 오전 6시쯤 한 할아버지가 무인 매장에 들어와 아내에게 선물할 꽃을 고르고 있다. 꽃집 제공

지난 18일 경남 진주의 한 꽃집에서 올린 매장 녹화 영상. 지난 4일 오전 6시쯤 한 할아버지가 무인 매장에 들어와 아내에게 선물할 꽃을 고르고 있다. 꽃집 제공

직원 없는 꽃집에서 돈을 내지 않고 꽃다발을 가져갔다가 3시간 뒤 돌아온 한 할아버지 사연이 전해졌다.

경남 진주시의 한 꽃집은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새벽 무인 매장에 모자 쓴 할아버지께서 결제도 없이 그냥 꽃다발을 가져가셨다"면서 매장 녹화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6시쯤 주황색 외투를 입은 한 할아버지가 가게에 들어섰다. 이 매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는 직원이 있지만 나머지 시간엔 무인으로 운영된다. 이 외 시간에 꽃을 사려면 무인주문기(키오스크)로 결제해야 한다. 할아버지가 방문했을 때는 직원이 없었다.

할아버지는 한참을 꽃집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꽃을 골랐다. 10분가량 서성이던 그는 이내 유리 진열장 내 장미와 안개꽃 한 다발을 집어 들고 계산하지 않고 가게 밖으로 나갔다.

꽃을 훔쳐 간 줄 알았던 할아버지는 3시간이 지난 같은 날 오전 9시에 꽃집을 다시 찾았다. 직원에게 꽃값 3만 원도 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 생일이라 꽃을 주고 싶었는데 키오스크 쓰는 법을 몰라 그냥 가져갔다"며 "본의 아니게 돈도 안 내고 가져가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에 꽃집 사장 서인승(34)씨는 "직접 문 여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돈을 주러 오신 게 감동적인데 안타깝기도 했다"면서 "키오스크가 어려우실까 봐 계좌이체도 가능하다고 적어놨지만 어르신들은 이것도 힘들어하신다"고 전했다. 또 "직원 없는 시간대에 종종 '계산을 못 하겠다'는 어르신들 전화가 오는데, 그럴 땐 화분 밑이나 문틈 사이에 현금을 끼워놓고 가라고 말씀드린다"고 안타까워했다.

2022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디지털정보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60대 디지털정보화 역량 수준은 평균의 56.7%, 70대 이상은 34.6%에 그쳤다. 노인층이 키오스크 등 디지털 기술 이용에 어려움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 누리꾼은 "우리 아버지 같아서 눈물이 난다"며 "얼마 전에 주민센터에서 어르신을 위한 '키오스크 교육 과정'이 생겼다고 그거라도 받아볼까 고민하시더라"라고 공감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키오스크 도입이 나쁜 건 아니지만, 노인분들을 위해 다른 계산 방법도 꼭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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