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파묘 등 인기 영화 마니아들
원작뿐 아니라 관련 소설에 눈길
한 영화의 진정한 마니아는 관람의 순간이 아니라 극장을 나선 이후부터 바빠지기 마련이다. 영화의 원작 소설이나 관련 텍스트를 찾아 읽으면서 본격적인 애정을 키워나가기 때문이다. 일명 '듄친자(듄에 미친 자)'라는 마니아를 만든 할리우드 영화 ‘듄’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1,000만 관객 동원을 앞둔 한국 영화 ‘파묘’도 있다.
교보문고의 3월 1주 차 소설 베스트셀러 순위에는 듄 시리즈의 원작인 작가 프랭크 허버트의 공상과학(SF)소설 듄 전권(1~6권) 세트가 4위에 올라 있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에서는 2위다. ‘듄: 파트2’의 국내 개봉 덕이다. 1만191년이라는 까마득한 미래, 가상 행성 아라키스를 배경으로 하루아침에 가문이 몰살당한 주인공의 복수를 그리는 소설 듄은 2011년 국내 번역본이 나왔지만, 2021년 ‘듄: 파트1’의 개봉으로 전년보다 판매량이 100배 이상 뛰어오르는 등 개봉 특수를 누렸다.
소설 듄을 번역 출간한 출판사 황금가지는 ‘듄의 세계’라는 비평서에 이어 허버트의 단편 걸작선 ‘오래된 방랑하는 집’과 ‘생명의 씨앗’을 내놨다. 듄의 방대한 세계관의 원형이 되는 작품이 여럿 실렸다. 특히 작가가 1962년부터 1985년 사이에 쓴 작품을 묶은 ‘생명의 씨앗’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단편은 제목부터 ‘듄으로 가는 길’이다. “행성 아라키스에 도착한 당신. 지금부터 장대한 도보 여행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라는 첫 문장은 영화로 우주를 유영할 준비를 마친 독자를 끌어들인다.
이처럼 꼭 원작 소설이 아니더라도 영화로 벅찬 감정을 이어갈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개봉 특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누적 관객 수 900만 명을 넘어선 영화 ‘파묘’의 흥행은 이우혁 작가의 ‘퇴마록’으로 옮겨붙은 모양새다. 온라인에서는 파묘를 보고 ‘퇴마록’이 떠올라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이가 적지 않다. 오컬트 판타지라는 장르에 한국 귀신 설화를 얹은 이 소설은 1994년 1권이 출간된 뒤 누적 판매량이 1,000만 부가 넘는다.
‘퇴마록’의 출판사 문학동네(엘릭시르)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영화 ‘파묘’는 ‘퇴마록’을 닮았다”면서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면 다음은 ‘퇴마록’을 볼 차례”라고 독려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주류 장르가 아니었던 오컬트 관련 서적을 띄우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출판사 자음과모음은 “파묘가 오컬트 부흥의 스타트(시작)를 끊었다”면서 조선희 작가의 ‘부굴의 눈’, 박에스더 작가의 ‘정원의 계시록’ 등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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