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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판 국가보안법’, 만장일치 의회 통과… “홍콩의 중국화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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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판 국가보안법’, 만장일치 의회 통과… “홍콩의 중국화 심화”

입력
2024.03.20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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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제정된 보안법 더 강화... 초고속 처리
'외부 세력' 폭넓게 정의하고 반역죄엔 종신형
"시민의 자유 침해... 홍콩 자치권에도 큰 타격"

홍콩 입법회 의원들이 19일 새로운 국가보안법 격인 '수호국가안전 조례'(기본법 제23조)의 표결을 앞두고 마지막 토론을 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이날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홍콩=AP 뉴시스

홍콩 입법회 의원들이 19일 새로운 국가보안법 격인 '수호국가안전 조례'(기본법 제23조)의 표결을 앞두고 마지막 토론을 하고 있다. 해당 법안은 이날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홍콩=AP 뉴시스

홍콩에서 반역이나 내란 등에 대해 최고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홍콩판 신(新)국가보안법’이 19일 의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2019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계기로 이듬해 제정된 보안법을 한층 더 강화하는 법이다. 홍콩 내 반체제 활동 탄압이 더 가혹해지는 것은 물론, 홍콩 시민의 자유도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실상 중국 정부의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홍콩의 중국화’ 역시 심화할 전망이다.

법안 제출 15일 만에 발효... '초고속 처리'

영국 로이터통신과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홍콩 입법회(의회) 주석과 의원 88명은 이날 ‘수호국가안전조례’를 전원 찬성으로 가결해 국가보안법 격인 ‘기본법 제23조’를 입법화했다. 친(親)중국 인사인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의 ‘전속력 제정’ 주문에 따라 지난 8일 제출된 이 법안은 초고속으로 입법화돼 오는 23일부터 발효된다. 리 장관은 “오늘은 홍콩에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기본법 제23조는 △국가 분열과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39개 안보 범죄 규정 및 처벌 조항을 담고 있다. 외국이 중국을 무력 침공하도록 선동하는 행위는 반역죄로 보고, 최고 종신형에 처하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특히 외국 세력과 공모해 특정 범죄를 저지르는 데 대해선 독립적인 범행보다 처벌 수위를 더 높였다. 예컨대 국가 안보를 위협하려는 의도에서 공공 인프라를 손상시키면 최고 20년의 징역형에 처해지지만, 외부 세력과의 공모가 입증되면 무기징역 선고도 가능하다.


2021년 12월 29일 홍콩 경찰이 민주진영 온라인 매체 '입장신문'의 론슨 챈(오른쪽 두 번째) 부국장을 '선동적 출판물 발간 모의' 혐의로 연행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2020년 보안법 제정 이후 반체제 인사뿐 아니라 정부 비판 언론이나 시민사회 인사 등에 대해서도 가혹한 탄압이 이뤄지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자료사진

2021년 12월 29일 홍콩 경찰이 민주진영 온라인 매체 '입장신문'의 론슨 챈(오른쪽 두 번째) 부국장을 '선동적 출판물 발간 모의' 혐의로 연행하고 있다. 홍콩에서는 2020년 보안법 제정 이후 반체제 인사뿐 아니라 정부 비판 언론이나 시민사회 인사 등에 대해서도 가혹한 탄압이 이뤄지고 있다. 홍콩=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제는 ‘외부 세력’의 정의가 너무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타국 정부나 정당뿐만 아니라, 국제기구 경영진이 ‘외국 정부 희망에 따라 행동할 의무’가 있는 기업 등도 포함된다. NYT는 “중국·홍콩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을 단속할 권한을 더 많이 부여했다. ‘외부 간섭’과 국가 기밀 도용 등 범죄를 표적으로 삼아 아시아 금융 중심지(홍콩)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과 국제 기구에 잠재적 위험을 초래한다”고 짚었다.

"홍콩의 '국제 도시' 위상에도 의문 제기될 듯"

서방 언론들은 홍콩 사회에서 정치적 억압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비평가들은 이 법이 (홍콩) 시민의 자유를 더 침해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무원인 조지는 BBC에 “국가 기밀에 대한 정의가 가장 걱정된다. 우리가 쉽게 (범죄 혐의로) 기소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의 통제·탄압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NYT는 “홍콩이 (중국 수도인) 베이징에 굴복했다”며 “이번 조치는 중국이 약속했던 ‘부분적 자치권’에 지속적인 타격을 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1997년 영국에서 홍콩을 반환받았을 때 중국이 ‘50년간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를 유지하겠다’고 했던 약속과 달리, ‘홍콩의 중국화’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신문은 “기업가와 공무원, 변호사, 외교관, 언론인, 학자 등에게 위축 효과를 줄 수 있어 국제 도시로서의 홍콩 위상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는 분석가들의 견해도 소개했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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