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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 현실화 폐지가 '서민층 거주비용 경감' 대책이라니

입력
2024.03.20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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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도시혁신으로 만드는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주제로 열린 스물한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에서 '도시혁신으로 만드는 새로운 한강의 기적'을 주제로 열린 스물한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시가를 2035년까지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겠다며 매년 상향 조정하던 것을 올해 2020년 수준(69%)으로 한시적으로 되돌린 데 이어 아예 없던 일로 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이것이 중산층과 서민층 거주비용 경감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정부는 어제 윤석열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도시 공간∙거주∙품격 3대 혁신방안’을 내놓았다. 이 중 중산층과 서민층의 거주비용을 경감한다며 내놓은 첫 번째 대책이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다. 무리한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 비율)로 증가한 부동산 세부담을 “공정과 상식에 맞게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공시가는 보유세와 건강보험료 등 67개 행정∙복지제도에 활용되는 중요한 지표다. 문 정부에서 집값 상승기에 공시가까지 급등하며 보유세가 비상식적으로 치솟는 등 부작용이 컸던 게 사실이다.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는 공시가가 시가보다 높은 가격역전 현상까지 빚어졌다. 윤 대통령이 "곳곳에서 엄청난 부작용이 드러나고 국민 고통만 커졌다"고 비판한 배경이다.

하지만 시세의 70%를 밑도는 공시가가 조세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것 또한 분명하다. 실제 재산세 산정 등에 적용되는 ‘공정가액시장비율’ 역시 작년에 60%에서 45%로 낮춘 데 이어 올해는 더 낮추겠다고 예고된 상황이다. 만약 시세 10억 원짜리 집이라면 공시가 7억 원의 45%인 3억1,500만 원에 대해서만 세금이 부과된다. 고가주택일수록 더 많은 혜택을 보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공시가가 낮아지면 복지제도 수혜 대상이 넓어질 거라며 서민층 대책이라고 포장한다. 전세 살기도 버거운 서민 입장에선 기가 막힐 노릇일 것이다.

정부는 작년 말 현실화 계획 수정안을 내놓겠다고 했다가 무기한 연기했다. 다시 외부 연구용역을 막 시작한 상태에서 무턱대고 폐지부터 공식화한 것은 적절치 않다. 게다가 법 개정 사안이다. 문 정부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시세 변동에 유연하게 연동되면서도 시가와의 괴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우선일 것이다. 그게 공정과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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