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꼭 필요한데 아무도 하지 않아 창업했죠" 아이돌봄 앱 만든 정지예 맘편한세상 대표

입력
2024.03.20 05:00
수정
2024.03.20 11:38
19면
0 0

부모와 육아 도우미 연결하는 아이돌봄 서비스 제공
저출산 문제 해결하려면 육아 산업 표준화 시급

부모라면 양육의 어려움을 말하지 않아도 잘 안다. 이 때문에 출산율이 매년 떨어져 통계청 집계 결과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맞벌이 부부 중 출산과 양육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여성이 많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여성이 결혼, 출산, 육아 등으로 경력이 단절되며 발생한 근로소득 손실액이 연간 44조 원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국가로서도 큰 손실인 셈이다.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이기도 한 정지예(36)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2016년 독특한 이름의 신생기업(스타트업) 맘편한세상을 창업했다. 엄마(맘, mom)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겠다는 의미를 담은 사명도 그가 직접 지었다. 이 업체는 스마트폰 소프트웨어(앱)로 아이를 돌보는 육아 도우미를 연결해 준다.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정 대표를 만나 마음 편하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정지예 맘편한세상 대표가 7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부모와 육아 도우미를 연결해 주는 '맘시터' 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예원 인턴기자

정지예 맘편한세상 대표가 7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사에서 부모와 육아 도우미를 연결해 주는 '맘시터' 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예원 인턴기자


인터넷으로 1 대 1 아이 돌봄 제공

정 대표가 만 12세 이하 자녀를 부모 대신 돌봐주는 아이 돌봄 서비스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어린이집 등 장소 돌봄의 한계 때문이다. "정부에서 비용을 제공하는 어린이집 등 장소 돌봄은 수용 인원에 한계가 있어요. 그 바람에 늘 대기 수요가 발생하죠. 또 어린이집은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까지 아이를 돌봐 주는데 맞벌이 부부의 근무 시간과 맞지 않아요. 오후 4시 이후에도 아이가 남아 있을 수 있지만 장시간 집이 아닌 곳에서 머물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죠."

특히 영유아들은 장소 돌봄 같은 집단 생활이 어려울 수 있다. "4세 미만 아이들은 모여 있을 때 감염병에 취약할 수 있어요. 그래서 1 대 1 아이 돌봄 서비스가 필요해요."

이를 위해 그는 부모와 육아 도우미를 연결해 주는 '맘시터' 서비스를 개발했다. 부모와 육아 도우미 합쳐 130만 명이 이용하는 맘시터는 부모와 육아 도우미를 원하는 조건에 맞춰 연결해 준다. "시간과 조건이 맞는 육아 도우미를 빠르게 찾을 수 있는 것이 맘시터의 장점이죠. 예를 들어 오전과 오후 하루 두 번에 걸쳐 특정 시간별로 아이를 나눠 돌봐 주는 것도 신청할 수 있어요. 낯을 가리는 아이는 오전과 오후에 육아 도우미가 달라지면 힘들 수 있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죠."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부모와 육아 도우미 모두 주민등록번호로 본인 인증 후 회원 가입하면 된다. "시급 등 모든 조건을 부모와 육아 도우미가 협의해 정할 수 있어요."

평균 이용료는 시간당 1만2,000원이다. "업계 최초로 육아 도우미의 희망 시급을 최저 시급 이하로 등록할 수 없도록 했어요. 아이 돌봄이 개인 간 거래여서 낮은 임금으로 계약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죠."

남자 육아 도우미 인기

주로 50, 60대 여성이 육아 도우미로 활동한다. "50, 60대 여성이 육아 도우미 회원의 절반가량 차지해요. 그런 점에서 실버 세대의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돼요."

남성 육아 도우미도 있다. "남자 도우미 비중은 약 10% 입니다. 남자 도우미는 숫자가 적어 시급이 높아요. 아들만 둘이 있는 부모 등 남자 도우미를 원하는 부모들이 있어요."

정 대표에 따르면 맘시터에서 활동하는 육아 도우미는 시급 기준으로 월평균 80만 원가량 번다. "월 300만 원 이상 버는 도우미도 있어요."

하지만 돈만 보고 육아 도우미를 지원할 일은 아니다. "육아 도우미는 적성이 가장 중요해요. 고된 일이어서 아이를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어요.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해 무조건 지원할 일은 아니죠."

육아 도우미는 만 20세 이상 한국인만 신청할 수 있다. "육아 도우미를 한국인으로 제한한 이유는 취업 비자 및 아이의 언어 습득 때문이에요."

그런 점에서 외국인 육아 도우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외국인을 육아 도우미로 고용하면 이들에게 언어와 문화, 풍습 등을 가르쳐야 하고 숙식도 해결해야죠. 그만큼 비용이 올라가요. 특히 외국인에게도 최저 임금을 적용하면 비용이 더 상승하죠. 해외는 외국인 도우미에게 최저 임금을 적용하지 않기 때문에 비용 상승 문제가 적어요."

따라서 정 대표는 아이를 돌본 경험이 있는 국내 중장년층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정부에서 아이를 돌볼 수 있는 환경을 잘 만들고 싶으면 외국인 노동자를 데려오는 것보다 국내에서 아이를 잘 돌보는 사람을 연결해 주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야 부모의 만족도가 높고 비용이 적게 들죠."

부모와 육아 도우미를 연결하는 '맘시터' 앱 화면. 거주지, 시급 등 부모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육아 도우미를 빠르게 찾아 아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맘편한세상 제공

부모와 육아 도우미를 연결하는 '맘시터' 앱 화면. 거주지, 시급 등 부모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육아 도우미를 빠르게 찾아 아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맘편한세상 제공


후기와 신고 기능으로 아동 학대 막고 돌봄 보험 개발

부모 입장에서 육아 도우미의 됨됨이는 굉장히 중요하다. "어떤 육아 도우미를 만나느냐에 따라 일하는 여성의 삶이 달라진다고 해요."

부모와 육아 도우미의 만족도는 이용 후기로 알 수 있다. "부모와 도우미 모두 서비스 이용 후기를 남길 수 있어요. 부모와 도우미 소개 글을 누르면 별 다섯 개 만점의 평점이 나오죠. 부모도 평점이 낮으면 도우미를 구하기 힘들어요."

후기와 별도로 내부 고발 기능도 있다. "고발 기능은 부모와 도우미 모두 이용할 수 있어요. 고객센터에서 내용을 접수하면 양측에 전화로 알아보고 부모와 도우미의 대화 및 금전 거래 기록 등을 꼼꼼히 확인하죠. 심각한 문제가 발견되면 회원 탈퇴 조치 후 다시 가입하지 못하도록 주민등록번호를 차단해요."

이용을 정지당하거나 재가입 차단을 당하는 부모들이 더러 있다. "도우미와 약속 해놓고 문을 열어주지 않거나 이사를 가버리는 사례가 있어요. 더러 약속한 돈을 주지 않기도 하죠. 도우미 신청을 해놓고 24시간 내 취소하면 한 달 동안 이용할 수 없어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이 돌봄 보험까지 개발했다. "KB손해보험과 국내 최초로 전문인 배상책임보험을 개발했어요. 육아 도우미가 아이를 돌보다가 사고가 일어나면 도우미 대신 보험으로 피해 보상을 하죠. 사고 발생이 적어 보험료가 계속 떨어지고 있어요."

흑자 전환하며 아이 돌봄 사업의 가능성 제시

이 업체는 지난해 흑자 전환하며 아이 돌봄 사업이 돈 벌기 힘들다는 인식을 깼다. 매출은 맘시터 수수료와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 '맘시터프로' 등에서 발생한다. "서비스 관리를 위해 맘시터 가입비와 거래 시 5% 미만의 수수료를 받아요. 지난해 매출은 밝히기 힘들지만 전년 대비 4배 성장했어요."

맘시터프로는 계약을 맺은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직원 및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아이 돌봄 서비스다. "서울시와 계약을 맺고 지난해부터 맘시터프로 서비스를 제공해요. 서울시에서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정에 월 최대 60만 원, 자녀가 1명이면 월 30만 원의 아이 돌봄 비용을 지원하죠. 다른 지자체들도 도입을 논의 중입니다."

직장 어린이집을 만들기 힘든 기업들도 맘시터프로를 선호한다. "직장 어린이집은 정부에서 50% 비용을 지원하지만 직원 수 500명 이상 기업만 이용할 수 있고 관리 비용이 많이 들어요. 또 회사에 어린이집이 있어도 수용 인원이 적어 대기 수요가 길고 장거리 출퇴근을 하면 이용하기 어렵죠. 즉 직장에 어린이집이 있어도 아이 돌봄의 공백 문제가 발생해요. 이런 문제 때문에 15개 중소기업이 맘시터프로 계약을 했어요."

이와 함께 육아 도우미 양성을 위한 '맘시터 원격평생교육원'도 운영한다. 인터넷으로 수강할 수 있는 이 서비스는 26시간 과정으로 구성됐다. "지금까지 전국에서 3만 명이 이 과정을 들었어요. 교육을 마치면 인증 배지를 부여하고 자연스럽게 맘시터에 등록해 일자리를 연결해 주죠. 수강료는 지난해 말까지 고용노동부 지원을 받아 무료 제공했으나 올해부터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유료 전환했어요."

투자는 누적으로 130억 원을 받았다. "KDB산업은행, 우리투자증권, 미래에셋, 본엔젤스 등에서 투자를 받았어요."

정지예 맘편한세상 대표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들어 경력 포기를 고민했다. 그는 같은 고민을 미래의 딸들이 되풀이하지 않도록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다. 김예원 인턴기자

정지예 맘편한세상 대표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들어 경력 포기를 고민했다. 그는 같은 고민을 미래의 딸들이 되풀이하지 않도록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다. 김예원 인턴기자


딸들이 같은 고민 하지 않도록 창업…엄마들 위한 1분 휴가제 도입

연세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정 대표는 졸업 후 보스턴컨설팅과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일했다. 힘들게 직장 생활을 하며 아들 하나를 키운 그는 경험에서 우러난 이유로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다. "아이 키우는 것은 전쟁이에요. 직장 다니며 아이 키우는 것이 너무 힘들어 경력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했죠. 같은 고민을 지금 자라는 수많은 딸들이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려면 일하는 여성들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아이 돌봄 서비스인데 아무도 하지 않아 창업했죠."

이 업체는 어머니들이 다니기 좋은 회사로 꼽힌다. 눈에 띄는 것은 1분 휴가제다. "휴가를 1분 단위로 쓸 수 있어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급히 가봐야 되는 상황이 발생해요. 이럴 때 분 단위로 휴가를 신청할 수 있죠. 예를 들어 오전에 상황이 발생하면 반차가 아니라 오전 11시 13분부터 휴가를 신청해요. 나머지 분 단위로 남는 휴가는 다음에 쓰면 되죠."

문제는 우리나라가 저출산 고령사회여서 성장성이 우려될 수 있다. 그런데 정 대표는 이마저도 긍정적으로 본다. "아이가 줄고 있지만 아이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점점 더 올라가요. 특히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아이 돌봄 수요는 더 커져요. 또 저출산이라는 인식 때문에 경쟁업체들이 줄어서 오히려 기회가 되고 있죠."
그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육아 산업의 표준화를 강조했다. "저출산의 핵심은 육아 비용이에요. 육아의 핵심인 아이 돌봄 비용을 정부에서 표준화해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 저출산 문제를 풀 수 있는 중요한 고리죠."

최연진 IT전문기자

관련 이슈태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