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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수석의 '회칼테러' 겁박, 사과로 끝낼 일 아냐

입력
2024.03.18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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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지난 1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지난 1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특정 언론사를 지목한 뒤 1980년대 정부 비판 언론인이 현역 군인들에 의해 회칼 테러를 당한 사건을 거론한 데 대해 사과했다. 황 수석은 14일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며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했다. 황 수석은 바로 ‘농담’이라고 덧붙였지만 언론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커지자 이틀 뒤 입장문을 냈다. 그는 “언론인과 사건 피해자 유가족 여러분께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실 수석의 언론 자유에 대한 심각한 위협일 수 있는 점에서 짤막한 입장문 형식의 사과로 끝낼 일은 아니다.

황 수석이 언급한 사건은 당시 군 정보사령부 소속 현역 군인 3명이 상관의 명령에 따라 군사문화 비판 칼럼을 쓴 오홍근 중앙경제신문 사회부장을 자택 앞에서 예리한 흉기로 찌른 시대적 비극을 가리킨다. 그가 이러한 과거를 소환한 건 MBC가 계속 정부 비판을 할 경우 그런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다는, 사실상 협박으로 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언론계에 대한 경고일 뿐 아니라 일부 극단적 정부 지지층의 테러 시도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걱정이다. 사회적 혐오를 해소하는 데 힘써야 할 시민사회수석이 오히려 이를 조장하는 건 용납돼선 안 될 일이다. 더불어민주당과 녹색정의당, 개혁신당은 물론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의원까지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한 이유다.

황 수석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계속 해산시켜도 하룻밤 사이 네댓 번이나 다시 뭉쳤는데 훈련받은 누군가 있지 않고서야 일반 시민이 그렇게 조직될 수 없다”며 '배후설'을 제기한 것도 귀를 의심하게 한다. 대통령실 수석의 말 한마디는 대통령의 철학과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되기 마련이다. 황 수석의 언론관과 5·18 인식은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정부 방침과도 어긋난다. 이런 시민사회수석을 그대로 두는 건 윤 대통령과 정부도 속내가 같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사과로 슬그머니 넘어갈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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