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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폄훼' '목발 경품' 사과했다고 국민 눈높이에 맞나

입력
2024.03.14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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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환(가운데)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제19차 공관위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영환(가운데)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제19차 공관위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그제 5·18 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발언 논란이 제기된 도태우(대구 중·남) 후보의 공천을 유지키로 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재검토 요청 이후 공관위가 내린 결정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게 재검토하겠다"고 한 지 하루 만에 "공천 유지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정"이란 궤변에 아연할 뿐이다. 국민정서보다 TK(대구경북)정서를 우선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약속한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진정성만 흐려진 셈이다.

도 후보는 앞서 5·18 관련 발언을 사과하면서도 '북한 개입설' 관련 언론 보도에 "명백한 오보이자 허위"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공관위 공천 재검토가 진행되자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존중하고 이어받겠다"며 재차 사과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 출신인 그는 극우 성향 커뮤니티에 올라온 국정농단 부정 주장을 여러 차례 공유하기도 했다. 공관위는 그의 발언을 "다양성 존중"이라고 감싸더니 이번엔 언론 탓을 한 사과를 "진정성이 있다"고 인정해 준 꼴이다.

정봉주 더불어민주당(서울 강북을) 후보는 2017년 유튜브에서 한 'DMZ(비무장지대)에서 발목지뢰를 밟는 사람들한테 목발을 경품으로 주자'는 취지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관련 영상을 삭제했다. 후보 결정 이틀 뒤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다. 2015년 북한 매설 목함지뢰로 발목이 절단된 장병들을 모욕한 '망언'이란 비판이 발언 당시 제기됐으나 사과하지 않았다. 4년 전 총선에선 '미투' 논란으로 공천에서 탈락한 그는 이번엔 비명 박용진 의원 탈락을 위한 친명 자객후보로 나서 공천을 받았다.

텃밭과 강성 지지층을 등에 업고 공천장을 받은 뒤 떠밀리듯 사과한 두 후보에게 진정성을 느낄 국민은 없다. 더 큰 문제는 두 후보의 표변보다 이러한 논란을 알고도 걸러내지 않은 여야의 공천 시스템에 있다. 국민 정서에 반하는 후보를 추천해 놓고 표를 달라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자화자찬한 '시스템 공천'이 작동되고 있음을 입증하려면 두 후보의 공천부터 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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