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안에 있던 '고용주' 규정 조건 빠지고
'각국 자율' 맡겨… 독일 프랑스는 기권
유럽연합(EU)이 음식 배달, 차량 호출 등 애플리케이션(앱) 통제하에 일하는 이른바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법적 지침을 조만간 도입한다. 그간 자영업자로 분류됐던 상당수 플랫폼 노동자의 '피고용성'을 인정해 휴가·수당 등 노동권을 보장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누가 고용자인지'를 명확하게 규정한 기존 안과 달리 최종 안은 이를 분명하게 명시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EU 27개 회원국 협의체인 EU 이사회는 11일(현지시간) "고용∙사회 장관 회의에서 '플랫폼 근로 지침(Platform Work Directive)' 최종 타협안이 승인됐다"고 밝혔다. 해당 지침은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EU의 첫 법적 지침이다. 유럽의회가 승인하면 지침은 발효된다. 2021년 기준 EU 역내 플랫폼 노동자는 2,850만 명에 달하고, 90% 이상이 자영업자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11일 최종 안은 기존 안보다 한참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EU 이사회, 유럽의회와의 3자 협상을 통해 마련한 안에는 플랫폼 기업이 △급여 상한 △성과 감독 △근무시간 관리 △업무 분장 결정 △복장·고객 응대 등 행위 규정 5개 조건 중 2개 이상에 해당되면 '고용주'로 분류되도록 했다. 고용주가 된 플랫폼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 적용, 유급휴가, 연금, 실업∙질병 수당 등 권리가 부여된다.
하지만 최종 안에서는 이 내용이 빠졌고 대신 '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은 국내법, 단체협약, 판례법 등에 따라 결정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현 상태를 유지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침 수정은 독일 프랑스 등이 자국 노동법과의 상충, 관련 산업 위축 등을 이유로 반대했기 때문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타협에 타협을 거친 최종 안 표결에서도 기권표를 던졌다. EU 이사회는 "합의된 내용은 각국 노동 시스템에 대한 존중,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기준 보장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종안에는 플랫폼 기업이 플랫폼 노동자를 대상으로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것을 규제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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