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들 날아다녔다"… 보잉 787 비행 중 '곤두박질' 50명 부상

뉴질랜드 향하던 여객기 급강하
"30여 명 천장에 강하게 부딪혀"
음식 나뒹굴고 승객들 고통 호소
항공 당국, 증거 수집해 조사 착수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향하던 보잉 787기가 비행 중 기술적 문제로 급강하하면서 약 50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진은 사고 직후 다친 승객과 엉망이 된 기내 모습. 엑스(X·옛 트위터) 캡처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향하던 보잉 787기가 비행 중 급강하하면서 승객 등 최소 50명이 다쳤다.

11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이날 호주 시드니에서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향하던 칠레 항공사 라탐항공 LA800편이 일시적으로 급강하했다. 해당 여객기에는 승객 263명과 승무원 9명이 타고 있었다. 이 사고로 50여 명이 부상을 입고 응급 치료를 받았다. 비행기는 예정대로 11일 오후 4시 26분쯤 오클랜드에 착륙했다.

사고는 도착을 1시간쯤 남기고 경로의 3분의 2를 지나는 지점에서 발생했다. 승객들에 따르면 수십 초간 갑작스럽게 급강하가 일어났고, 직전에는 난기류 등 어떤 조짐도 없었다고 한다. 사고 당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은 승객들이 적지 않아 피해가 컸다. 승객들은 순식간에 날아올라 천장에 부딪혀 목, 머리 등을 다쳤다. 부상자 중 1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그중 1명은 상태가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직후 기내에서 촬영된 사진과 영상에는 아비규환이던 현장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음식물과 물건이 나뒹굴었고, 승객들은 머리를 잡고 괴로워하거나 몸 곳곳에 지혈 붕대를 대고 있었다. 사고를 겪은 한 승객은 CNN에 "비행기가 멈춘 것처럼 느껴졌고 사람들은 날아가 천장에 부딪혔다"며 "다시 비행기를 타는 것이 너무 무섭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다른 승객은 현지 언론에 "약 30명 정도가 천장에 세게 부딪혔다"며 "승객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는데 기내에 튄 액체가 적포도주인지 피인지 구분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해당 비행기는 8년 된 보잉 787-9 드림라이너로 알려졌다. 라탐항공 측은 비행 중 발생한 기술적 문제로 인해 급강하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라탐항공 대변인은 "이번 상황으로 인해 승객들에게 불편함과 불쾌감을 안겨줘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운영 표준을 준수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다시 한번 약속한다"고 했다. 보잉사는 "조사 관련 활동을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사건 조사를 책임지고 있는 칠레 민간항공국(DGAC)은 뉴질랜드 교통사고 조사위원회(TAIC)에 지원을 요청해 사고 조사에 착수했다. TAIC는 "조종석 음성 및 비행 데이터 녹음기를 압수수색하는 것을 포함해 관련 증거를 수집하는 중"이라고 했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