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외주직원 임금 사건서
"기존 예규 무조건 적용은 안돼"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직고용 근로자와의 임금 차액을 달라"고 낸 소송에서, 인정 액수를 다시 정해야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원청에 파견직과 같은 일을 하는 근로자가 없다면, 지급 액수는 개별 업무 특성을 꼼꼼히 따져 산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상황실 보조 업무를 하는 외주업체 소속 근로자 등이 도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12일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고속도로 톨케이트 수납원들의 재판을 심리한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도 배상금 약 215억 원을 지급하라는 원심을 같은 날 파기환송했다.
도로공사는 2007년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 따라 일부 직종의 기간제 근로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기간제 상황실 보조원들과 기간제 통행료 수납원들은 전환 대상에서 빠져 차별 논란이 일었다. 도로공사를 피고로 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잇따라 승소 판결을 받고 나서야, 파견직 근로자들은 해당 기간 차별 대우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쟁점은 '어떤 근로조건을 적용하느냐'였다. 도로공사 내부적으로는 상황실 보조원이나 요금수납원과 유사한 업무를 하는 근로자가 없어 참고할 임금 체계가 존재하지 않았다. 파견법 또한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가 없는 경우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은 기존 수준보다 낮아져서는 안 된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구체적인 산정 방식과 청구 가능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근로자들은 "도로공사 조무원이 적용 받는 '현장직 직원 관리예규'에 근거해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무원은 경비원, 청소원, 조리원 등이 포함된 직군으로, 2014년 전까지는 무기계약직 근로자들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보수를 받아왔다. 1∙2심 재판부도 이들의 청구가 합당하다고 보고 보조원들에겐 약 47억 원을, 수납원들에겐 약 215억 원을 인정했다.
대법원도 원청에 동종∙유사 업무 근로자가 없는 경우 법원이 △파견 업무 내용 △임금 체계 △파견법 입법 목적 등을 고려해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전제에 대해선 하급심과 같은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노사 자체적으로 협의하는 게 원칙이나 사업주가 파견 관계를 부인하는 등 사정이 있으면 양측이 합리적으로 정했을 근로조건을 법원이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결론에 있어선 보조원 사건의 원심을 뒤집었다. 보조원의 근무 형태 등이 경비원과 달라, 경비원의 보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다. 대법원은 "도로공사가 보조원들을 직접 고용했어도 예규 중 조무원(경비원)의 근로조건을 그대로 적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조무원 예규를 적용할 수 없다면 다른 적합한 조건이 있는지 심리했어야 한다"고 밝혔다.
수납원들의 경우에는 "조무원의 임금 규정 적용이 타당하다"면서도 "지급액 계산은 다시 해야 한다"며 사건을 돌려보냈다. 외주업체의 해고 등으로 실제 근무가 이뤄지지 않은 기간까지 산입해서 원청에 지급을 요구할 순 없다는 이유다. 대법원은 "급여명세서 등 근로제공 사실을 증명할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기간의 입증 책임은 근로자들에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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