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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안보 위협'만으로 기소...우크라 전쟁 이후엔 형량도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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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안보 위협'만으로 기소...우크라 전쟁 이후엔 형량도 UP

입력
2024.03.12 14:00
수정
2024.03.12 16:5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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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포르토보 구치소 전경. 위키피디아 캡처

레포르토보 구치소 전경. 위키피디아 캡처

러시아는 구(舊)소련 시절부터 반역 및 간첩죄에 엄중한 처벌을 내려왔다. 여기에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부턴 선고 형량을 높여가는 추세다. 간첩 혐의로 러시아에 구금된 백모씨에게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러시아, 간첩죄 10년 이상 20년 이하 징역

러시아 연방 형법은 러시아 국민에게는 반역죄, 러시아 국민이 아닌 외국인과 무국적자에게는 간첩죄를 규정하고 있다. 특히 법 276조에 규정된 간첩죄는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외국, 국제기구, 외국기구 또는 그 대리인에게 양도할 목적으로 수집, 절도, 보관하는 행위', '러시아 연방 보안에 반대하는 데 사용하기 위한 정보 또는 군 정보를 적에게 이전할 목적으로 전송, 수집하는 행위'로 적시하고 있다. 이 경우 처벌은 10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형이다.

외신은 이에 더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에서의 반역과 간첩죄에 대한 선고형량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한다. 지난해 러시아 법원은 수영복과 오리발을 착용하고 흑해를 건너려던 한 남성에게 반역죄로 6년형을 선고했다. 또 야권 정치인이자 언론인인 블라디미르 카라무르자에게는 반역죄로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러시아 전문가를 인용해 "단순 일기예보만 전달돼도 그간의 간첩 활동을 입증하는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러시아 검찰이 '국가 안보를 해치려는 적대적 의도'를 증명하지 않고도 '국가 안보에 위협이 가해졌다'는 증거만으로 기소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단순 철로 사진 촬영 등을 이유로도 반역ㆍ간첩죄가 적용된 사례가 있다.

백씨의 혐의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을 통해 "자신을 작가로 소개하면서 메신저로 국가기밀 정보를 받았다는 게 확인됐다"는 정도가 알려졌지만, 현 시점에서 기소 및 처벌의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다. 러시아는 지난해 WSJ 러시아 특파원 에반 게르시코비치를 체포하기도 했다. 냉전 이후 미국인 기자가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게르시코비치는 지난해 3월부터 1년째 구금 중이다.

다만 백씨가 간첩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아도 물밑 외교 교섭을 통해 한국으로 송환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이 러시아 감옥에 수감됐던 여자농구선수 브리트니 그라이너를 교환 형식으로 송환한 사례에 비춰봐서다. 하지만 러시아는 재판이 마무리된 기결수를 대상으로 교환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져 성사 여부는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백씨 구금된 레포르토보 구치소, 반체제 인사 격리 시설

백씨가 현재 구금된 레포르토보 구치소는 러시아 기준으로도 열악한 환경으로 알려졌다. 200명가량 수감자를 수용할 수 있는데, 주로 독방이다. 재판이나 건강검진 등의 이유가 아니면 감방을 떠날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레포르토보 구치소는 수차례의 증ㆍ개축을 겪었지만 기본적으로 1881년 군사교도소로 설치돼 1924년부터 '특수 목적' 구치소로 사용됐다. 이른바 '반체제 인사'들을 엄중 격리하는 시설이다. 방문이나 전화 통화 등이 원칙적으론 가능하지만, 신청이 거부되는 때가 많다. 편지도 오갈 수 있지만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러시아 매체들은 레포르토보 구치소에 2017년이 되어서야 온수가 공급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140년 가까이 기본적인 복지조차 제공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특성에 따라, 냉전 시기인 1954년부터 1991년 구소련 해체까지 정보기관 KGB가 미결수를 구금하는 곳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러시아 초대 대통령인 보리스 옐친 집권 당시 반체제 인사들, '방사능 홍차 사건'으로 독살된 FSB 출신 반체제 인사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 등이 이곳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고 한다. 미 해병대 출신으로 미·영 이중국적자인 폴 웰런은 간첩 혐의로 징역 16년형을 선고받기 전, 2018년부터 2년 동안 이곳에 있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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