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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인파’ 엄두 안 나면... 덜 붐비는 봄꽃 명소 노려보세요

입력
2024.03.12 17:00
수정
2024.03.13 19:16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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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가 활짝 핀 전남 여수 영취산 풍경. 올해는 23, 24일 일대에서 진달래 축제가 예정돼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진달래가 활짝 핀 전남 여수 영취산 풍경. 올해는 23, 24일 일대에서 진달래 축제가 예정돼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봄꽃도 한철이라 유명세를 피할 수 없다. 전남 광양 매화축제와 구례 산수유축제가 열리는 기간(17일까지) 일대 도로는 밀려드는 차와 사람으로 몸살을 앓는다. 섬진강 하류 봄꽃이 시들해지면 꽃 소식이 전국으로 번질 테고 나들이 인파도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조금은 덜 알려진 봄꽃 명소를 노려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진달래 명소, 강진 주작산과 여수 영취산

매화, 산수유 다음은 진달래다. 진달래 군락은 대개 산등성이에 자연적으로 형성돼 있어서 어느 정도 산행을 각오해야 즐길 수 있다. 전남 강진 주작산은 등산객과 사진작가가 이 무렵 가장 주목하는 진달래 명소다. 바위 능선을 따라 등산을 해야 볼 수 있는 풍광이라 특별히 축제를 열지는 않는다. 덕룡산에서 주작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진달래가 만개하면 칼날 같은 바위 군상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광을 연출하고, 남해 조망이 산행의 재미를 더한다. 올해 개화는 이달 말로 예상하고 있다. 정상이 해발 430m로 높지 않지만 바위가 험해 산행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전남 강진 주작산 진달래는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꽃이 필 무렵이면 작은 설악산에 비유된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전남 강진 주작산 진달래는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꽃이 필 무렵이면 작은 설악산에 비유된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여수 영취산도 주작산 못지않은 진달래 명소다. 1시간에서 3시간 코스까지 다양한 등산로가 있다. 최고 군락은 정상 북동쪽에 솟은 450봉 일대와 405봉에서 439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좌우 사면인데, 정상에서 보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상암초등학교에서 시작해 450봉을 거쳐 정상을 오른 뒤 흥국사 방향으로 내려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영취산 진달래는 보통 3월 마지막 주 만개하지만,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한 주 정도 당겨지거나 늦춰질 수 있다. 올해 축제는 23, 24일 예정돼 있다. 산신제와 사진촬영대회, 산상음악회 등이 열린다. 영취산진달래축제보존회는 24일 열리는 산악인 등반대회 참가자를 15일까지 모집 중이다.

경북 산골 봉화와 의성의 늦은 산수유

남부지방으로 인식되는 경북 산골은 봄이 늦은 편이다. 의성 사곡면 산수유마을의 꽃은 보통 3월 말에서 4월 초 절정을 이룬다. 올해는 개화가 당겨질 것으로 예상돼 16일부터 24일까지 ‘산수유 꽃맞이 행사’를 연다. 이 마을 산수유는 과거 약재로 팔기 위해 산비탈에 드문드문 심었던 것이 골짜기를 노랗게 물들이며 전국으로 알려졌다. 산자락과 논두렁, 개울가로 이어지는 노란 꽃물결이 10리 넘게 이어지는데 특히 화전2리(숲실) 경관이 빼어나다. 변변한 음식점도 없어 관광지로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파란 마늘밭과 어우러진 산수유를 찍기 위해 전국에서 사진작가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경북 의성 사곡면 산수유마을. 노란 산수유와 파릇파릇한 마늘밭이 어우러져 산골마을의 봄 풍경이 완성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북 의성 사곡면 산수유마을. 노란 산수유와 파릇파릇한 마늘밭이 어우러져 산골마을의 봄 풍경이 완성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산수유가 만개할 무렵 봉화 띠띠미마을 풍경. 소박하고 정겨운 시골마을의 봄을 즐길 수 있다. 봉화군청 제공

산수유가 만개할 무렵 봉화 띠띠미마을 풍경. 소박하고 정겨운 시골마을의 봄을 즐길 수 있다. 봉화군청 제공

봉화 봉성면의 두동마을, 일명 ‘띠띠미 마을’도 지역의 산수유 명소다. 마을 뒤로 맑은 물이 흘러 '뒷마을' '뒷뜨미'라 부르던 것이 오랜 세월이 지나며 띠띠미 마을로 굳어졌다. 노란 꽃이 고풍스러운 한옥과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구례나 의성 산수유마을에 비하면 규모가 작아 전국적 축제를 열지는 않지만 매년 지역 문인들이 참가하는 ‘시 낭송회’를 열고 있다. 올해 시 낭송회는 작은 음악회와 함께 30일 열린다. 산수유도 그 무렵 만개해 산골마을의 소박한 봄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거제 공곶이와 서산 유기방가옥 수선화

경남 거제 일운면 공곶이에서는 16, 17일 수선화 축제가 열린다. 12일 현재 약 40%가 개화한 상태라 이번 주말 절정에 이르고, 3월 말까지는 고운 빛깔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곶이는 지형이 궁둥이처럼 툭 튀어나왔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강명식·지상악 부부가 1957년부터 산비탈을 일궈 동백과 수선화, 종려나무 등을 심고 정성껏 가꿔온 개인 농장으로, 매년 이른 봄 푸른 바다와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광을 선사한다.

강명식 대표가 별세한 뒤 황무지처럼 방치됐던 농장은 지난해 거제시가 3년간 위탁 운영하기로 결정하며 다시 부활했다. 잡초와 덤불을 제거하고 새로 심은 7만 포기의 수선화가 화사하게 꽃을 피워 올해 처음으로 수선화 축제를 열게 됐다.

경남 거제 공곶이 수선화. 경상남도 제공

경남 거제 공곶이 수선화. 경상남도 제공


수선화가 만개한 때의 충남 서산 유기방가옥 풍경. 유기방가옥 제공

수선화가 만개한 때의 충남 서산 유기방가옥 풍경. 유기방가옥 제공

충남 서산 유기방가옥은 1919년 건립된 전통가옥이다. 송림이 우거진 낮은 야산을 배경으로 안채 행랑채 사랑채 등이 자리 잡고 있으며, 기와를 얹은 토담이 운치 있다. 유기방가옥은 2018년부터 가옥 주변 정원에 수선화를 심어 매년 봄 관람객에게 ‘수선화풍경’을 선사하고 있다. 올해는 개화가 빨라 이달 22일 즈음부터 수선화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향수, 한지등, 방향제 만들기 등의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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