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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가입은 그림의 떡? 온라인에 만들 테니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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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가입은 그림의 떡? 온라인에 만들 테니 오세요"

입력
2024.03.11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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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영 직장갑질119 신임 대표 인터뷰>
"회사 작고 이직 잦을수록 노조 설립 어려워"
중소병원·사회복지·학원강사부터 조직 실험
돌봄노동·프리랜서 가족 둔 노동전문 변호사
"직장 내 부당대우·차별 문제에 계속 맞설 것"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중구 직장갑질119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최소 3년은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온라인 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당사자들이 무조건 나서기보다 우리도 조합원으로 참여하며 끌고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다빈 기자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가 지난 7일 서울 중구 직장갑질119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최소 3년은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온라인 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당사자들이 무조건 나서기보다 우리도 조합원으로 참여하며 끌고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정다빈 기자

“설문조사를 해 보면 직장인 70%가 노동조합이 필요하다고 답해요. 다만 회사가 작아서, 비정규직이라, 이직이 잦은 업종이어서, 노조 가입을 그림의 떡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죠. 이런 분들이 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온라인 노조’를 설립하려 합니다.”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 신임 대표에 취임한 윤지영(47) 변호사가 온라인 노조 설립에 나선다. '노조는 회사 내에서 설립한다' '노조의 전제조건은 끈끈한 연대'라는 고정관념을 깬 파격이다. 지난 7일 서울 중구 직장갑질119 사무실에서 만난 윤 대표는 “온라인 노조는 가입 문턱이 낮고, 익명으로 활동할 수 있어 불이익 걱정에서 자유롭다”며 “특히 노조 설립과 가입이 어려웠던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직장 문제를 해결할 기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 노조 출범은 직장갑질119 구성원들의 ‘경험’에서 비롯됐다. 직장갑질119는 2017년 노무사, 변호사, 노동 활동가 180여 명이 모여 문을 연 시민단체다. 직장 내 갑질, 성희롱, 부당 해고 등으로 고통받는 직장인에게 무료 상담을 제공한다. 상담을 거듭하면서 ‘문제가 발생한 뒤’의 법률적 조력도 중요하지만,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직장문화 조성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윤 대표는 “직장인 한 명이 조직 분위기를 바꾸기란 불가능하다”며 “결국 집단의 힘이 필요하고 노조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작은 기업의 직장인일수록, 비정규직·프리랜서일수록 직장갑질119에 도움을 호소한 것도 윤 대표의 눈에 밟혔다. 조직 규모가 작고 이직이 잦아 '기업별 노조'를 설립하기 어려운 조건이기도 했다. 윤 대표는 “상담 요청이 특히 많았던 작은 병원 직원, 사회복지시설 종사자, 강사ㆍ트레이너 등 3개 업종부터 온라인 노조를 설립하려 한다”며 “온라인 노조라는 ‘산업별 노조’를 통해 사용자 단체와 교섭을 추진하고, 표준계약서 작성 등 정책적 대안 마련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가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윤지영 직장갑질119 대표가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본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직장갑질119는 최근 ‘출산ㆍ육아갑질 특별위원회’도 새로 꾸렸다.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는 차고 넘치지만, 기업에서는 출산ㆍ육아에 나선 직원을 차별하는 게 현실이다. 윤 대표는 “출산ㆍ육아 갑질은 통계로 잡히는 수치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며 “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노골적 괴롭힘보다 인사평가에 낮은 점수를 주거나 권고사직을 유도하는 교묘한 괴롭힘이 많다”고 했다.

정부가 출산ㆍ육아를 장려하기 위해 만든 육아휴직, 난임휴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등은 '쓰기 어려운' 게 현실. 더구나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5인 미만 기업 직장인, 프리랜서에게는 이 같은 혜택조차 없다. 직장 내 불이익이 두려워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는 통계에도 드러나지 않는다. 윤 대표는 “출산ㆍ육아 갑질 사례들을 모아 제도적 해결책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윤 대표는 2010년부터 공익변호사들이 모인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활동한 노동 전문 변호사다. 돌봄노동을 하는 어머니와 프리랜서 방송 일을 했던 언니를 지켜본 윤 대표에게 "노동문제란 나 자신과 주변인의 일"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자아를 실현하며 주변 사람들과 교류하는 곳이 직장"이라며 "노동 문제는 단순히 ‘이해관계’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직장 내에서 일어나는 부당한 대우와 차별에 맞서는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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