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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입사 30년 만에 신세계 회장 승진… 쿠팡 독주·알리 파죽지세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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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입사 30년 만에 신세계 회장 승진… 쿠팡 독주·알리 파죽지세 막을 수 있을까

입력
2024.03.08 16:10
수정
2024.03.08 16:19
1면
0 0

정용진, 18년 부회장 마치고 그룹 정점에
최대 숙제, 유통 선두 기업 명성 되찾기
정용진 이마트·정유경 백화점 굳어져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제공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신세계그룹 제공


정용진 신세계그룹(신세계) 총괄 부회장이 8일 회장으로 승진했다. 재계 11위(2023년 자산 기준) 그룹의 '대표 얼굴'로 자리매김하면서 정용진 체제는 더욱 굳어지게 됐다. 신세계 측은 최근 실적은 나빠지고 쿠팡·알리 등 경쟁사들이 무섭게 세를 키워가는 등 위기 상황을 이겨 낼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5년 직장 생활을 시작한 정 회장은 입사 30년 차이자 2006년 부회장을 맡은 지 18년 만에 그룹의 리더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정 회장은 삼성가 3세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동갑내기 사촌 사이다.



기존에 신세계를 이끌었던 정 회장의 어머니 이명희 회장은 총괄회장이 됐다. 여동생인 정유경 총괄사장도 나머지 계열사인 백화점, 면세점, 패션 부문을 지금처럼 운영한다.

회장이 됐지만 그렇다고 이마트, 식품, 호텔 부문을 경영하면서 그룹 간판으로 재계 총수들이나 정치권·연예계 인사들과 교류해 온 정용진 회장의 역할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부회장 때와 비교해 그룹 장악력, 업무 추진력은 훨씬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앞으로 그룹의 무게 중심이 이명희 총괄회장에서 정 회장으로 옮겨질 가능성도 커졌다.

정 회장 승진은 이 총괄회장이 그룹을 믿고 맡긴다는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이 총괄회장은 여전히 총수(동일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존재감을 드러냈던 지난해 '9월 인사' 같은 일이 다시 일어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세계는 지난해 9월 정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꼽히던 강희석 이마트 대표를 실적 부진을 이유로 경질했다. 당시 그룹 안팎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던 인사에 이 총괄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다양한 위기 쏟아져, 강력한 리더십 필요"


8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에 할인 상품인 '두 마리 옛날 통닭' 쇼핑 안내문이 걸려 있는 모습. 연합뉴스

8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 용산점에 할인 상품인 '두 마리 옛날 통닭' 쇼핑 안내문이 걸려 있는 모습. 연합뉴스


회장에 올랐지만 승진의 기쁨보다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너무 많다는 점은 정 회장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유통 대표 기업이라는 명성을 되찾아야 한다. 대형마트 3사 중 홈플러스, 롯데마트를 제치고 선두에 오른 이마트는 몸집을 꾸준히 불렸다. 하지만 소비 방식이 온라인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면서 정체 상태에 빠졌다. 지난해엔 469억 원 영업손실로 창립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신세계건설의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긴 하나 마트만 놓고 봐도 영업이익 1,8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3% 쪼그라들었다. 반대로 쿠팡은 지난해 매출 31조8,298억 원으로 이마트 등 전통의 유통 강자를 제치고 업계 1위를 기록했다.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국내 시장을 빠르게 침투하고 있는 중국계 이커머스 역시 위협 요소다.

신세계 관계자는 "과거 1등 유통 기업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한 단계 더 도약할 기로에 서 있다"며 "유통 시장에 다양한 위기 요인이 쏟아지고 있는 만큼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정 회장의 승진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인사로 그룹 양대 축인 정 회장의 이마트, 정 총괄사장의 백화점 체제는 공고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총괄회장은 이마트, 백화점 지분을 각각 10%씩 보유하고 있어 회장 시절 두 남매의 경영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정 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각각 이마트, 백화점 지분을 18.56%씩 갖고 있는 최대 주주이면서 상대편 지분이 없어 경영 활동에 서로 개입하기 어려운 구조다.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 승진으로 신세계 내 이마트, 백화점 구별은 더욱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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