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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내집 마련의 유혹, '원수면 권하라'는 지주택의 함정

입력
2024.03.25 04:30
수정
2024.03.25 13:4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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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 고수익 만큼 위험한 지역주택조합 투자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 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시세 80%로 '내집 마련' 선전
전형적 고위험, 지역주택조합
소유권·집행부 도덕성도 확인

그래픽=강준구기자

그래픽=강준구기자

Q: 올해 55세 평범한 중소기업 직장인이다. 박봉으로 두 아들을 키우다보니 내 집을 마련하지 못하고 전셋집을 전전하고 있다. 2018년 한 장의 광고지로 인해 인생의 쓰라린 경험을 하고 있다. 아파트 청약통장도 필요하지 않고, 시세의 80%인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다는 광고지였다. 광고만 믿고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했다. 가입할 때 계약금 1억 원과 업무추진비 3,000만 원을 지불했다. 2023년 말 입주예정이라는 사업계획을 살펴보며 이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조합에서 설명하는 내용만 믿은 게 잘못이었다. 지금까지도 주택건설은 착공도 안 하고 있다. 또 조합과 대립하고 있는 비상대책위원회라는 단체가 만들어졌고, 이 단체에서는 조합장 불신임을 추진한다는 등 갈등 소식만 들려오고 있다. 무작정 기다릴 수도 없고, 조합탈퇴를 통한 투자비용의 회수도 어려워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A: 위 사례의 당사자인 A씨처럼 지역주택조합과 관련, 조합원들이 피해를 최소화하며 탈퇴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상담이 많아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기대수익이 낮아지고, 건축비 증가 등으로 추가부담금이 예상보다 많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조합에 가입한 후 30일 이내에 탈퇴하면 납입한 돈을 반환받을 수 있다. 이러한 청약 철회도 2020년 12월 11일 이후 최초로 조합원 모집신고를 한 조합에 한해서만 주장할 수 있기 때문에, A씨는 여기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조합에 가입한 지 30일이 지나면, 총회 또는 이사회 결의로 탈퇴를 결정하는데 부결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리고 조합마다 임의 탈퇴에 관한 규정이 있지만 서로 상이하다. 물론 조합의 귀책사유를 찾아 계약을 취소하는 방법도 있지만 소송 성공률이 높지 않다.

전문가들은 지역주택사업 투자에 대해 주의하라고 당부한다. 사실상 로또에 가깝고, 고위험 고수익 정비사업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역주택조합은 6개월 이상 일정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나 전용면적 85㎡ 이하 소형주택 소유자가 조합을 구성해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조합이 사업시행사이기 때문에 일반 분양아파트보다 가격이 20% 정도 저렴하다. 사업 초기에 투자 자금이 적은 것은 장점이지만, 장기간 사업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분쟁이 끊이질 않는다. 조합에서 사업 부지의 95% 이상 소유권을 확보해야만 사업 승인을 받을 수 있는데, 대부분 지역주택조합들이 토지 소유권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을 모집하기 때문에 모집기간이 길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역주택조합은 아파트사업에 대한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 조합원이 주체이기 때문에 조합 집행부의 비리, 관련 업체 간 담합, 조합과 조합원 간 정보 비대칭, 감독관청의 무관심, 법률적인 제도 미비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는 등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비리, 담합 등은 사업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고, 이는 조합원들에게 추가 부담의 문제로 전가되는 경우가 많다.

한편, 개인적 사유로 탈퇴하고자 해도 지역주택조합의 법적 성격을 고려하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주택조합은 민법상 조합관계가 아니라 비법인사단의 성격을 가진다. 조합원이 출자해 시작된 사업이지만, 조합운영과 관련한 채무는 조합원 개개인의 채무로 귀속되지 않고 비법인사단인 조합에 출자된 재산범위 내에서만 책임지는 채무이기 때문이다.

결국 A씨가 지역주택조합의 제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접근한 잘못이 있다.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하고자 하는 경우, 먼저 사업이 어느 단계에 와 있는지 파악해 사업기간의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 그리고 사업부지에 대한 소유권 확보 비율을 파악해야 한다. 100% 확보된 곳에 가입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물론 리스크가 줄어들게 되면 수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업지구 내에 알박기를 한 소유자가 있거나 교회·사찰 등 종교시설이 있으면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많다. 그리고 조합 집행부의 사업 의지나 도덕성도 사업 성패를 좌우하므로, 이를 철저히 파악할 필요도 있다.

A씨가 위와 같은 사항들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면, 상대적으로 입지가 양호한 곳에 일반분양보다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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