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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잔뜩 신청했지만... 대학들 "당장 내년부터 교육 차질" 걱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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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잔뜩 신청했지만... 대학들 "당장 내년부터 교육 차질" 걱정도

입력
2024.03.07 04:3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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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대학에 밀릴 수 없어 많이 써냈다" 토로
교수 확보 난관... "실습 위주 교육 힘들 것" 지적
'대폭 증원 반대' 의대 교수들 반발도 확산 추세

5일 경기도 소재 한 의과대학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5일 경기도 소재 한 의과대학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박시몬 기자

의과대학을 둔 40개 대학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호응해 내년도 의대 신입생을 총 3,401명 더 늘려달라고 신청했지만, 막상 대폭 증원이 현실화하면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A대 총장은 6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다른 대학에 밀리면 의대 증원분을 적게 배정받게 된다는 기류여서 총장으로서 많은 수를 써낼 수밖에 없었다"면서도 "당장 내년부터 증원된 학생들을 감당할 실습실·강의실 조성 등을 차질 없이 준비해 낼 대학은 극히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학별로 희망한 증원 수의 총계가 지역·필수의료 체계 강화를 위한 적정 규모라고 할 수도 없다"며 "그건 정부의 판단 영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의대, 의료계 간에 적정 증원 규모에 대한 합리적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의교협)에 따르면, 각 대학이 지난 4일 교육부에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 증원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의대 학장들이 교육 여건의 한계를 들어 총장과 상당한 의견 차를 빚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영남권 대학에선 의대 학장은 40명 증원이 적정하다고 했지만 총장은 그보다 70명이 더 많은 110명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권 소재 대학에선 학장이 31명 증원 의견을 냈으나 총장은 201명을 늘려야 한다며 대립했다고 한다. 이 대학은 최종적으로 현 정원의 5배 수준인 250명을 신청했다.

늘어나는 의대생 맞이에 최대 난관으로 꼽히는 건 교수진 확보다. 수도권 사립 B대 총장은 "기초의학 교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수급도 잘 안 되는 정원 50인 이하 지역 의대가 갑자기 정원을 100명 넘게 늘리면 내년부터 바로 교육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 사립대 의과대학 교수는 "의대는 이론과 임상을 결합한 방식으로 교육해야 하는데 학생 수가 단번에 2,000명이나 늘면 수십 년 전 주입식 교육 방식으로 돌아가 질 높은 교육이 담보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실제 임상 상황에서 벌어질 만한 문제를 놓고 토론하는 PBL(problem based learning) 방식 수업이나 해부용 시신(카데바)을 활용한 실습 교육 여건이 악화할 거란 얘기다.

정부는 국립대 교수 1,000명 증원을 공언하고 임상교수, 기금교수 등을 전임 교수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의대 교수들은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지금도 교육을 겸하고 있는 임상교수 등이 전임으로 전환되는 거라 실상 교수진이 대폭 늘어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의대 교수들의 반발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영남대 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이날 성명에서 "증원되는 의대생 2,000명을 담당할 교수진과 시설이 부족해 교육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증원 정책 철회를 주장했다. 건국대병원 교수협의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명확하지 않은 근거에 추산한 졸속 의대 정원 증원으로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제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괴감과 참담함을 느낀다"고 반발했다.

사직하는 교수들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의교협에 따르면 순천향대 소화기내과 교수가 전날 사직서를 제출했다. 앞서 충북대 심장내과 교수와 경북대 혈관외과 교수도 사의를 밝혔다.

손현성 기자
홍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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