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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들어올 때 노 젓자" 의대 반발보다 대학 위상 제고 선택한 총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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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들어올 때 노 젓자" 의대 반발보다 대학 위상 제고 선택한 총장들

입력
2024.03.06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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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운영 40개교 '대폭 증원' 신청 이유는>
'입시 불패' 의대 증원으로 대학 위상 제고
미니 의대엔 몸집 키워 '규모의 경제' 기회
지방 대학병원 구인난 등 의료역량 강화

5일 경기도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비어 있다. 뉴스1

5일 경기도의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비어 있다. 뉴스1

의대를 둔 40개 대학이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수요조사에서 총 3,401명을 늘려달라고 '파격 증원' 요청을 한 것을 두고, 교육계에서는 이들 대학이 의대 교수·학생의 반발을 무릅쓰고 의대 증원의 실리를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①대학 간판 학과인 의대 증원으로 학교 위상을 높일 기회 ②정원 50명 미만 소규모 의대는 몸집을 키워 '규모의 경제'를 도모할 기회 ③대학병원 의료인력을 늘려 지역사회의 필수의료 강화 요구에 부응할 기회를 잡으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마감된 이번 수요조사에서 대학들은 성적 최상위권 수험생의 의대 지원 열풍과 '의대 합격선이 곧 대학 순위'라는 입시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였다. 서울 소재 사립대 총장은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의대 증원 규모의 80%는 지방에 배정될 거라 판단하면서도, (의대생을) 다만 몇십 명이라도 늘려야 해서 증원 신청을 안 하긴 어려웠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비수도권 의대를 중심으로 정원을 배분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서울 소재 8개 대학은 현행 총정원(826명)의 44.1%인 365명 증원을, 경기·인천 5개 대학은 총정원(209명)의 2.7배인 565명 증원을 각각 신청했다.

5일 강원 춘천시 강원대 의대 앞에서 대학 측의 증원 방침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이 삭발을 하고 있다. 강원대 의대 교수진 제공·뉴스1

5일 강원 춘천시 강원대 의대 앞에서 대학 측의 증원 방침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이 삭발을 하고 있다. 강원대 의대 교수진 제공·뉴스1

정원 50명 미만 '미니 의대'의 경우 정원을 100명 이상으로 늘려야 교수 임용이나 시설 투자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미니 의대는 정원이 많아져야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며 "이들 대학은 증원 신청을 하면서 '교수를 뽑고 시설에 투자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40개 의대 가운데 미니 의대는 17곳으로, 모두 2배 이상 증원을 신청했다. 대구가톨릭대는 정원을 40명에서 80명으로 2배 늘리겠다고 했고, 건국대(40명→120명) 강원대(49명→140명) 울산대(40명→150명) 등은 서너 배를 써냈다. 충북대는 49명 정원을 250명으로 5배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대폭 증원을 신청한 경인 지역 의대 5곳도 전부 미니 의대다.

지방의료 역량 강화를 위해 의대 증원을 요청한 대학도 다수다. 심각한 의사 구인난으로 당장 대학병원 운영이 어려운 탓이다. 현재 정원이 100명을 넘는 경북대(110명→250명) 부산대(125명→250명) 전북대(142명→240명) 등 지역 거점 국립대도 대폭 증원을 신청했다. 양오봉 전북대 총장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전국 평균 2.22명인데 전북은 2.09명으로 낮다"며 "당장 전북대 제2병원을 2027년 군산에 개원할 때도 상당한 의료인력이 필요해 우리가 먼저 증원을 요청하려 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5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으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뉴시스

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는 5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으로 환자가 이송되고 있다. 뉴시스

이처럼 핵심적 이익이 걸렸지만 의대 구성원 반발이 거세다 보니, 증원 신청은 치열한 눈치싸움 끝에 이뤄졌다. 교육부는 지난달 22일부터 12일간 신청을 받았지만, 40개 대학 모두가 마감일인 4일에야 신청서를 냈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들이 의대 반발을 의식하다가 결국 '안 내면 우리만 손해'라는 판단에 막판 신청서를 제출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1998년 이후 의대 증원이 없었고 의료계는 증원 반대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 총장들이 이번을 '마지막 기회'로 여겼다는 얘기다. 지난해 11월 1차 수요조사 때와 달리 정부가 '2,000명 증원' 방침을 확고하게 세우면서 희망 증원 규모가 대폭 늘어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학들은 이제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로 멈춰선 의대 학사일정을 정상화하기 위해서 정부가 대화의 물꼬를 터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의 사립대 총장은 "대부분 대학이 의대 개강을 늦추고 있지만, 여름방학을 활용해 수업을 보충할 수 있는 개강 마지노선은 3월 말"이라며 "정부가 '의대 증원 수요가 많다'는 명분은 확보했으니 이제 대화를 시작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다만 일부 대학에서는 의대 교수들까지 삭발 항의를 하는 등 교내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는 대학 정원 증원은 교육부 장관 소관인데 권한이 없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의대 증원을 발표했으니 무효라며 이날 정부를 상대로 의대 증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홍인택 기자
손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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