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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엔 불법 주·정차해도 되나요?"… 신고 시간 축소에 뿔난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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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엔 불법 주·정차해도 되나요?"… 신고 시간 축소에 뿔난 시민들

입력
2024.03.13 04:30
수정
2024.03.13 18:2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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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신고제 신고 급증, 피신고자 민원 함께 늘어
운영 시간 자율 지침 완화에 지자체 축소 움직임
제도 취지 무색 … "주차장 공급 정책 병행 필요"

10일 오전 경기 부천시 소사구 송내동 주택가 도로 양쪽에 차량이 불법 주·정차돼 있다. 이환직 기자

10일 오전 경기 부천시 소사구 송내동 주택가 도로 양쪽에 차량이 불법 주·정차돼 있다. 이환직 기자

인천 남동구 논현동에 사는 A씨는 지난해 집 주변 도로 양쪽에 불법 주차된 차량들을 휴대폰으로 찍어 행정안전부 안전신문고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신고했다. 그러나 관할 기초자치단체의 처리 결과는 ‘불수용’이었다. 신고 가능 시간이 아니란 이유였다. A씨는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에서 “밤 10시까지이던 신고 시간이 2시간 단축됐다”며 “사실상 구가 야간 불법 주·정차를 조장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일부 기초단체들이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 운영 시간을 축소하면서 ‘단속을 강화해 사고를 예방한다’는 제도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는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불법 주·정차 사진을 찍어 신고하면 현장 단속 없이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신고 대상은 2019년 첫 도입 때 △소화전 5m 이내 △교차로 모퉁이 5m 이내 △버스 정류소 10m 이내 △횡단보도 4곳이었으나 2020년 초등학교 정문 앞 도로와 지난해 인도(보도)가 추가됐다. 주·정차 금지 표시가 없는 소방시설 주변, 주·정차 금지 표시가 있는 도로, 이중 주차 등도 신고가 가능하다.

행안부는 2018년 불법 주·정차와 연계한 사고 8만5,739건이 발생해 16명이 숨지고 7,633명이 다치자 이듬해 주민신고제를 도입했다. 신고 건수는 2019년 53만5,076건에서 지난해 489만6,144건으로 9배 넘게 증가했다. 안전신문고 앱 전체 신고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2.5%에서 65.0%로 늘었다.

새학기가 시작된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영희초등학교 인근 어린이 보호구역을 불법 주·정차 단속 차량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새학기가 시작된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영희초등학교 인근 어린이 보호구역을 불법 주·정차 단속 차량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신고를 당한 주민들의 민원도 함께 급증해 기초단체들의 부담이 커졌다. 경기도 한 기초단체 직원은 “신고 처리도 벅찬데, 신고를 당한 것에 항의하는 민원에도 대응해야 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에 행안부는 주민신고제 운영 시간과 과태료 면제 기준 등을 자치단체가 지역 여건에 맞게 정해 운영할 수 있도록 지침을 완화했고, 실제 운영 시간 등을 축소하는 곳들이 생겨난 것이다.

인천 남동구는 지난해 2월 주·정차 금지 표시가 있는 도로 등에 대한 신고 가능 시간을 오전 7시~오후 10시에서 오전 8시~오후 8시로 앞당겼다. 경기 안양시도 지난해 11월 인도 불법 주·정차 신고 시간을 24시간에서 평일 오전 8시~오후 9시, 공휴일 오전 9시~오후 6시로 축소했다. 부천시 역시 지난 4일부터 인도 주민신고제의 24시간 운영을 폐지했다. 점심시간은 제외하거나 차체의 3분의 1 이상이 인도를 침범해야 과태료가 부과된다는 등 부대조건을 다는 곳도 있다. 시민들 사이에선 “정해진 시간 말고는 인도에 차가 다녀도 된다는 건가” “주말·공휴일·야간·점심시간이라 안 된다는 건 신고하지 말라는 거나 다름없다”는 반발 의견이 적잖다.

전문가들은 주민신고제가 무력화되지 않도록 운영 시간 등을 정상화하되 불법 주정차 자체를 줄이기 위한 주차장 공급 등의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재개발·재건축 시 공공 기여를 받아 인근 다가구 등 저층 주거지에 공공주차장을 조성하는 서울시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며 “주말에만 차를 쓰는 가정을 위한 장기 주차 전용 주차장 조성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또 주차장 공급이 어려운 도심 업무 지역 등의 주차비를 현실화하는 등의 주차 수요 억제책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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