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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님께 호소합니다, 증원 신청 마세요"... 의대생들 대학 본부에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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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님께 호소합니다, 증원 신청 마세요"... 의대생들 대학 본부에 요구

입력
2024.03.04 19:30
수정
2024.03.04 20:34
3면
0 0

의대 증원 신청 마감일까지 갈등 계속
"인프라 부족, 일방적 결정 동의 못해"

개강일인 4일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의대생 휴학으로 인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개강일인 4일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의대생 휴학으로 인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를 둔 전국 40개 대학 중 상당수가 정부 방침에 동조해 '정원 증원 신청'에 동참하자, 소속 의대생들의 반발이 들끓고 있다. 학교 입장에서는 의대 정원을 늘릴 사실상 유일한 기회지만, 의대생들은 "구성원 의견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학교 본부 측에 신청 철회·보류를 요구하고 있다.

4일 교육계에 따르면, 대학의 의대 정원 수요조사 제출 기한인 이날 상당수 대학이 증원 수요를 신청하기로 확정하고 밤늦게까지 증원 규모를 두고 막판 조율을 이어갔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국에서 얼마나 신청했는지는 5일 오전쯤 윤곽이 나올 듯하다"고 설명했다.

대학들의 움직임에 의대생들은 총장에게 직접 서신을 보내는 등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각 학교 의대 및 의전원 학생들이 각 총장들에게 보낸 서신을 공유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서신을 공유한 의대는 △충남대 △부산대 △가톨릭관동대 △강원대 △아주대 △건양대 △차의학전문대학원이다.

아주대 의대 비상시국대응위원회는 "현 40명인 아주대 의대 정원을 최소 100명, 최대 150명으로 증원하겠다고 제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총장님께서 학우들을 생각한다면 3월 4일에 그 수치를 적어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부산대 의대생들은 "증원 가능 인원수 0명으로 제출 혹은 제출 보류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했고, 강원대 의대생들은 "4일 증원 수요조사에 참여하지 말아달라"고 밝혔다.

이들이 반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교육·실습 인프라 부족'이다. 증원된 인원을 수용할 만한 교육시설이 없다는 뜻. 충남대 재학생들은 "이미 앉을 자리가 부족해 강단 바로 앞까지 추가 책상을 놓는 강의실이 있다"며 "200명 넘는 병원 실습생이 전자의무기록(EMR) 확인을 위해 10대도 안 되는 컴퓨터를 붙잡으려 열띤 경쟁을 벌어야 한다"고 시설 부족 상황을 지적했다. 아주대 학생들은 "정원이 100~150명으로 늘면 한 카데바(해부용 시신)에 12명이 붙어 해부 실습을 해 손가락 근육 하나 해부하고 본과로 진입한다"며 "정상적인 실습이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학교 구성원 의견이 배제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차 의전원 학생들은 "포천, 분당 캠퍼스 및 의료 현장에서 교육을 받는 학생들만큼 환경을 잘 아는 사람은 없다"며 "교육을 직접 받는 학생들의 관점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 40개 중 33개 의대 교수협의회 회장들 역시 1일 성명을 통해 총장들에게 4일까지는 신청서를 제출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충남대 의대 재학생들이 3일 총장에게 보낸 서신. 의대협 SNS 캡처

충남대 의대 재학생들이 3일 총장에게 보낸 서신. 의대협 SNS 캡처

그러나 대부분 대학들은 사실상 이번이 의대 증원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수요조사에 응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의대 규모가 커지면 지역 의료 기반을 넓힐 수 있을 뿐 아니라, 학교 입장에선 현실적으로 교세(校勢)를 확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지역 대학들은 이날 증원 인원을 구체화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제주대는 의대 정원을 현재 40명에서 100명으로 늘려달라고 신청했고, 울산대(40명→100명)와 대구가톨릭대(40명→ 80명)도 증원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학본부 역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대가로 이공계 인재가 유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고민이 깊다. 윤동섭 연세대 총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학 차원에서 (의대 증원으로) 이공계, 생명 분야가 영향받을 부분도 생각해야 한다"며 "아직 의과대학과 대학본부 사이 조율이 이뤄지고 있지 않은 대학이 많고 연세대도 의대 교수들의 질문을 고려해 어떤 숫자가 적정한지 저녁 늦게까지 논의할 것 같다"고 전했다.

전공의들의 집단 휴직에 동조해 의대생들은 휴학 상태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달 19일부터 이날까지 제출된 의대생 휴학 신청 인원은 5,387명으로 지난해 4월 기준 전국 의대 재학생(1만8,793명)의 28.7%다.

의대생들은 해외 관련 단체에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의대협은 130개국 의대생이 가입된 세계의대생협회연합(IFMSA)에 성명서를 보내 "(한국) 정부가 점점 더 폭압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명령과 위협을 가하며 의사들과 의대생들이 잘못한 것처럼 보이게 하고 있다"며 "우리가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싸우는 동안 지원을 바란다"고 호소했다.

서현정 기자
오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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