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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것도 믿을 수 없는 요즘 세상

입력
2024.03.02 00: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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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신문과 방송은 뉴스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들을 이용한다. 이러한 방법 중의 하나가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다. 언론학에서는 이것을 예시(exemplar)라고 하는데, 뉴스의 대상인 사안을 적절하고 쉽게 보여 줄 수 있는 생생한 경험 사례(case)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시민여론에 대한 보도를 생각해보자. 두 가지 보도 방법이 있다. 정원 확대의 시민 찬성률이 60%라는 기사와, 시민의 인터뷰나 전문가 의견을 게재하는 경우도 있다. 설날이나 추석 방송 뉴스에서도 고향으로 내려가는 시민이나 귀성객들을 기차역에서 인터뷰한 내용이나 특정한 기사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취재한 것을 봤을 것이다.

위의 설명 중에서 시민 찬성률 60%처럼 수치정보나 통계정보를 '기저율 정보'(base-rate information)라고 하고, 시민이나 전문가의 의견은 예시라고 할 수 있다. 예시는 기저율 정보보다는 신뢰성이 낮다. 기저율 정보는 신뢰할 만한 기관에서 더 큰 표본으로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획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시는 복잡하거나 추상적 이슈를 보도할 때 뉴스 이용자의 이해를 촉진하는 데 기저율 정보보다 더 효과적이다. 정확성이나 신뢰성은 신뢰할 만한 기관이나 다수의 사람으로부터 획득한 기저율 정보가 높지만, 생생함에서는 예시가 더 높기 때문이다.

기저율 정보에 비해 더 주목받기 때문에 언론 현장에서 기자들은 뉴스 보도에 예시를 빈번하게 활용한다. 언론 미디어들 사이에 경쟁이 심할수록 예시의 활용 빈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챗GPT로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을 일으킨 미국 회사가 간단한 명령어만 입력하면 고화질의 동영상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공개했다고 한다. 이 서비스는 몇 가지의 명령어만 제공해 주면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수개월 걸려 만들어내는 영상에 버금가는 콘텐츠를 순식간에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 회사는 생성형 AI가 만든 동영상들을 예시했는데, 멋진 의상을 입은 여성이 동경의 밤거리를 거닐고 있는 동영상이나 우주비행사가 소금사막을 거니는 모습을 촬영한 영화의 예고편들은 너무나 사실적이어서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하고 있다.

당연히 이러한 서비스의 출현에 대해 현실과 가짜를 분간하기 어려운 '딥페이크'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사실성이 강조되는 신문이나 뉴스 보도에 '진짜 같은 가짜'인 사진이나 동영상이 예시로 제공된다면 독자의 관심이나 흥미를 더 많이 불러일으키고 기억이나 행동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서비스에는 이미 믿을 수 없는 동영상이나 영상 조작을 통해 가짜뉴스를 전달하는 유사 정치채널들이 활동하고 있다. 팩트체크 기관이나 언론사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과 독자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이러한 내용에 속지 않는 것이다.

자극적인 내용만을 추구하는 유사언론보다는 정론을 추구하는 전통적이고 믿을 만한 언론사의 보도를 중심으로 정보를 습득하고 판단을 근거로 삼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직접 눈으로 보았다고 해서 다 믿을 수 있고 진실인 세상에 살고 있지 않다.


김옥태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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