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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리 고향’서도 이긴 트럼프… 5연승 본선행 초읽기에 바이든 겨냥 공세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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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일리 고향’서도 이긴 트럼프… 5연승 본선행 초읽기에 바이든 겨냥 공세 집중

입력
2024.02.25 18:00
수정
2024.02.25 18:49
12면
0 0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득표율 60%
5연승… “11월 바이든에 ‘해고’ 통보”
“트럼프는 필패”… 헤일리 완주 의지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주도 컬럼비아에서 열린 '프라이머리의 밤' 행사에 참석해 경선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컬럼비아=AP 뉴시스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주도 컬럼비아에서 열린 '프라이머리의 밤' 행사에 참석해 경선 승리 연설을 하고 있다. 컬럼비아=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의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에서도 낙승을 거뒀다. 5연승이다. 본선행이 기정사실화한 만큼 그가 공세를 집중하는 대상은 민주당 후보로 유력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다.

악재 많았지만 동요 없는 트럼프 지지층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오픈 프라이머리(당적 상관없이 투표 참여 허용)’ 방식으로 치러진 공화당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95% 개표 시점 기준 59.8%의 득표율을 기록, 39.5%에 그친 헤일리 전 대사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파죽지세다. 1월 아이오와·뉴햄프셔, 이달 네바다·버진아일랜드에 이어 지금껏 다섯 차례 경선을 모두 압도적 승리로 이끌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아이오와·뉴햄프셔·네바다·사우스캐롤라이나가 경선을 빨리하는 4개 주로 정착한 2008년 이후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한 경우를 빼고 한 후보가 4개 경선을 전부 이긴 것은 민주·공화 양당 통틀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결과 및 일정. 그래픽=김문중 기자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결과 및 일정. 그래픽=김문중 기자

‘트럼프 대세론’은 여전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헤일리 전 대사의 고향이다. 주 하원의원과 주지사를 지낸 정치적 근거지이기도 하다. 유세도, 광고도 헤일리 전 대사가 훨씬 공격적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악재도 많았다. 사기 대출 혐의가 법정에서 인정돼 벌금 4억5,000만 달러(약 6,000억 원)를 물게 된 것도, 방위비를 적게 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은 러시아에 당해도 싸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것도 최근이었다. 그런데도 보수층은 흔들리지 않았다.

사우스캐롤라이나가 공화당 ‘텃밭’인 남부에 속하는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 기반은 넓고 탄탄했다. WP가 공개한 출구 조사 결과를 보면 각각 투표자의 61%와 57%를 차지하는 보수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도(72%)와 대학 학위가 없는 저학력층(73%)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전폭 지지했다.

보수 성향 유권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의제나 자질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점한 결과일 수도 있다. 특히 이민 문제가 그렇다. 37%가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는데, 이들의 81%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표를 던졌다. 자기를 위해 싸워 줄 수 있는 후보를 원한 유권자(35%)의 90%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헤일리 “유권자에 선택권 줘야” 경선 지속

공화당 대선 후보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열린 '프라이머리의 밤' 행사에 참석해 패배 승복 연설을 하고 있다. 찰스턴=UPI 연합뉴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열린 '프라이머리의 밤' 행사에 참석해 패배 승복 연설을 하고 있다. 찰스턴=UPI 연합뉴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더는 당내 경선에 관심이 없는 기색이다. 이날 개표 시작 5분 만에 승리 연설을 서두른 그는 “우리는 11월 대선에서도 승리할 것”이라며 “바이든의 눈을 바라보고 ‘당신은 해고다. 나가라’고 말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앞서 수도 워싱턴 교외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공화당 연례행사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시팩)’ 연설에서도 “바이든이 다시 집권하면 미국에 종말이 올 것”이라며 구세주는 자기뿐이라고 말했다. 두 번의 연설 내내 그는 헤일리 전 대사를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뉴햄프셔 경선 직후 헤일리 전 대사를 맹공했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대조”라고 논평했다.

헤일리 전 대사에게 이번 패배는 뼈아프다. 한계가 드러났다.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가 30%포인트까지 벌어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선전한 셈이지만, 애초 뉴햄프셔 경선(43.2%)보다 득표율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NYT는 “이번 패배로 거취가 한층 더 불확실해졌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완주 의지를 꺾지 않았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절반가량 개표된 시점에 지지자들 앞에 나서서 “미국인 다수가 트럼프와 바이든을 지지하지 않는 만큼 이 싸움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그(트럼프)가 바이든을 이길 것으로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가 보는 기회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다. 4건 91개 혐의로 형사기소된 터라 치명적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는 데다 법률 비용 등 선거 자금에 미치는 부작용도 작지 않다.

오는 27일 미시간, 다음 달 2일 미주리·아이다호에 이어 슈퍼 화요일(3월 5일)에는 16개 주에서 대의원 874명의 향방이 결정된다. 전체 대의원의 36% 규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압승을 거둔다면 헤일리 후보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 트럼프 캠프는 늦어도 다음 달 19일까지는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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