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혁신본부장엔 류광준 임명
조 차관 구설 속 1년 못 채우고 교체
"R&D 예산 삭감 여파가 발단" 해석도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관급 전원을 교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례적 인사로,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과학계에 대한 분위기 쇄신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과기정통부 1차관에 이창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지원단장, 2차관에 강도현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 3차관 격인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 류광준 과학기술혁신조정관을 임명하는 안을 재가했다.
이 차관은 연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30회 기술고시를 통해 공직에 입문,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 연구개발정책실장 등을 거쳤다. 강 차관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 38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 분야 핵심 보직을 거친 정보통신기술(ICT) 행정 전문가다. 이 차관과 강 차관은 2022년 윤석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파견돼 근무했다. 류 본부장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3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기획재정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과기정통부에서 과학기술정책 기획, R&D 예산 심의·조정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이번에 임명된 차관급 3인은 모두 과기정통부 관료 출신이다. 전임자의 경우 박윤규 전 2차관만 과기정통부 관료 출신이고, 조성경 전 1차관과 주영창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교수 출신이었다. 관료를 중용해 조직 안정을 도모하는 동시에 현장 소통 및 행정 실무 경험을 살려 윤 정부 정책 추진력을 높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 산하에 과학기술수석비서관을 신설하고 반도체와 우주, 인공지능(AI) 등의 국가 전략기술 분야를 성장시키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R&D 예산 삭감에 따른 여파가 예산정국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 차관급 일괄 교체라는 이례적 인사의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 한 과학기술계 원로는 "최근 정부가 대전에서 진행한 민생토론회 내용을 보면, R&D 예산 삭감 사태 이후 이공계 학생들이 얼마나 실망하고 좌절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또 다른 과기계 인사도 "R&D 예산 삭감이 생각보다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대통령실에서 미처 예상을 못했던 것 같다"면서 "이제라도 정책 방향 등을 재설정하는 데 속도를 내기 위해 인사를 단행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내부에선 취임한 지 1년이 안 된 조 차관 교체 배경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조 차관은 지난해 12월 한 포럼에서 R&D 카르텔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해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이 "내부에서 논의한 바 없는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국회에서는 다른 부처 직원에게 언성을 높여 구설에 올랐고, 업무추진비용 사용 내역을 실제와 다르게 신고했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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