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검찰, 2년 전 체포된 에비사와 추가 기소
"이란 장군이 구매 원해" 미 잠복 요원에 속아
3년 수사 끝 덜미… 플루토늄 보유 실제 확인
미얀마 반군 단체가 보유하고 있던 '무기급 핵물질'을 이란에 판매하려 한 일본 야쿠자 두목이 미국에서 추가 기소됐다. 해당 인물은 미얀마와 제3국 간 마약 및 미사일 등 무기 거래를 중개한 혐의로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데, 핵무기 제조에 쓰이는 물질까지 취급해 왔던 셈이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 뉴욕연방검찰은 일본 범죄 조직의 우두머리인 에비사와 다케시(60)를 핵물질 판매 시도 혐의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태국인 공범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핵물질 사진 보여주고… "건강에 좋지 않다" 농담
미국 사법 당국의 이 사건 수사는 3년에 걸쳐 진행됐다. 에비사와는 2020년 2월 전자통신망에 잠복해 있던 미 마약단속국(DEA) 요원에게 “상당량의 핵물질을 판매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어두운 빛깔의 암석에 방사능 측정기를 갖다 댄 사진 등을 보내며 “당신 건강에 좋지는 않은 물질”이라는 농담도 건넸다.
DEA 요원은 에비사와에게 ‘구매 의사가 있는 이란 장군을 안다’고 화답했다. 같은 해 8월 에비사와가 미끼를 물었다. “이란에서 관심이 있느냐”고 물어온 것이다. DEA 요원은 “매우 관심이 있다”는 답장을 보내면서도 당장 거래를 진척시키진 않았다. 대신 “판매량은 얼마나 되느냐” “우라늄 함량이 (핵무기 제조 가능량인) 5% 이상인가” 등의 질문을 던지며 시간을 끌었다.
에비사와는 “아마 그럴 것”이라고 얼버무린 뒤, 다음 달인 9월 “우라늄과 토륨 50톤을 685만 달러에 팔 수 있다”고 전했다. 핵무기 제조에 더 적합한 플루토늄 공급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듬해 5월, 자신과 거래하는 미얀마 반군에 공급할 지대공미사일, AK47 소총을 구할 수 있는지도 물어봤다고 한다.
압수 물질서 플루토늄 검출 "거래 성공했다면... 오싹"
9개월간의 협상 끝에 2022년 2월, DEA 요원은 동남아시아 모처에서 에비사와를 만나 핵물질, 무기, 마약 거래 등을 논의했다. 에비사와와 공범은 호텔방으로 DEA 요원을 초대해 ‘옐로케이크’로 불리는 우라늄 농축 분말도 보여줬다. 두 달 후인 4월, 미국 수사 당국은 뉴욕 맨해튼의 한 유명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식사를 하던 에비사와 일당을 급습해 검거한 뒤 무기·마약 밀매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같은 해 5월, 미 검찰은 태국 당국의 협조로 에비사와가 갖고 있었던 핵물질 표본을 압수했다. 감식 결과, 우라늄과 토륨, 플루토늄이 검출됐다. 특히 플루토늄은 핵무기 제조에 적합한 동위원소 구성을 갖추고 있었다. 허풍이 아니었던 셈이다. 매슈 올슨 미 법무부 국가안보차관보는 “피고인들이 (국제 범죄조직과의 거래에 실제로) 성공했다면 어떤 결과가 일어났을지 상상만 해도 등골이 서늘해진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에비사와를 ‘야쿠자 보스’로 지칭한 미국 법무부와 달리, “아직까지 그가 일본 폭력 조직과 연관돼 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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