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인재영입 트렌드 살펴보니
21대 여성·체육계 인권→교권에 한 발
"서이초 사건 계기 교원 영입 필요성"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앞다퉈 영입하는 외부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달라진 시대상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현재 대중의 최우선 관심분야에 치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20년 총선 당시 체육과 여성계 인사들이 중용됐다면 올해 총선에는 교권과 기후 전문가가 상한가를 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교사 출신 전은수 변호사와 백승아 초등교사 노조 수석부위원장을, 국민의힘은 정성국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을 최근 인재로 영입했다. 지난해 서울 서이초 사건 등을 거치며 교권 추락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부각되면서 정치권에서 이를 전문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진 탓이다.
4년 전에는 달랐다. 여자핸드볼 감독 출신 임오경(민주당), ‘체육계 미투 1호’로 꼽히는 테니스 코치 김은희(국민의힘) 의원 등 여성과 체육인들의 인권 개선에 초점을 맞춘 인재영입이 두드러졌다. 반면 이번 총선에서는 교권 증진과 기후위기 대응, 미래먹거리 산업 성장을 위한 관련 분야 인사들이 각광받고 있다.
정치 참여 제약 컸던 교사들, 국회 입성 노크
정치권에서는 총선 때마다 영입하는 ‘인재'의 조건으로 후보의 경쟁력 못지않게 시대적 과제에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 인재위원회 간사인 김성환 의원은 16일 “인재영입은 그 시대를 어느 정도 반영한다“며 “그간 선생님 영입을 고려하진 못했는데 이번에는 (교사를) 영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후와 산업 관련 인재도 국가의 미래를 대비해 강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엄격하게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교사들은 그간 정치와는 거리가 있었다. 교육공무원법은 당적을 가질 수 없도록 제약하고 있어 운신의 폭도 좁다. 하지만 지난해 서이초 교사 사망이 분위기를 바꿨다. 교권 회복과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교정을 떠나 여의도에 입성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커졌다. 정성국 전 교총 회장은 “그간 대학교수 위주의 인재 발탁은 많았지만,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초·중등 교사들 사이에서도 누군가는 (정치권에) 나서야 한다는 공감대가 크게 형성됐다”며 “학교 현장과의 소통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절감하던 차에 인재영입 제안이 와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미래먹거리 발굴·육성" 로봇, 우주 전문가들도 영입
인재영입 단골손님으로 여겨져 온 기업인은 한층 세밀화, 전문화됐다. 여야는 각각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 등 반도체와 모빌리티 등 국가경쟁력 기반 산업분야 전문가를 영입하고 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출신 황정아 박사(민주당), 강철호 한국로봇산업협회장(국민의힘) 등 로봇과 우주 등 미래산업에 대한 정책수립을 위한 전문가들도 발 빠르게 수혈했다.
미래 먹거리 시장 대응과 함께 청년 표심을 겨냥한 선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들은 청년층이 갈망하는 멘토 역할의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공 전 사장은 “기업에 오래 몸담아 온 입장에서 취업이나 전문성 강화 등 청년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부분들을 발굴해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강조했다.
기후 전문가는 4년 전과 비교하면 영입 경쟁이 한층 치열해졌다. 민주당이 1호 인재로 기후 에너지 전문가로 꼽히는 박지혜 변호사를 붙잡자, 국민의힘은 기후 관련 정책 전문가인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을 영입했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환경과 에너지전문가로 꼽히는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첫 국정감사에서 ‘종이 없는 국감’을 제안하는 등 미래지향적인 행보로 주목받은 가운데, 4년 전에 비해 글로벌 탄소배출 규제가 훨씬 강화된 점이 인재 쟁탈전의 배경으로 꼽힌다.
"반짝 활약에 그쳐선 안 돼, 전문성 살려줘야"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관성을 깨고 새 바람을 일으키면서 전문성을 발휘할 인재 영입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다만 금배지를 달고 나면 존재감을 잃는 ‘불꽃놀이 현상’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영입된 인재들이 어느 순간 당리당략에 매몰돼 직능 대표성이나 전문성이 흐려지는 경우가 되풀이된다”며 주목도 높은 인재 영입이 줄어든 요인을 짚었다. 4년 전 국회 입성 초기 ‘최숙현 사건’으로 대표되는 체육계 폭력 방지에 앞장섰던 임오경, 이용 등 체육계 출신 의원들이 지금은 ‘당대표의 입’ 또는 ‘대통령 호위무사’로 더 잘 알려진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선거를 100일도 안 남기고 영입해 놓고 전문성을 발휘하길 바라는 것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다”면서 “여야가 인재 영입뿐 아니라 관리와 육성에도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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