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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가 선택한 투쟁 전략은 각개전투?… 의협도 숨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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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가 선택한 투쟁 전략은 각개전투?… 의협도 숨고르기

입력
2024.02.15 04:30
수정
2024.02.15 14:5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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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중심으로 개별 사직서 제출 움직임
집단행동금지명령 등 우회하기 위한 방안
일부 전공의들은 투쟁강도 약하다며 비판
정부 "대전협 공지 없어도 집단사직으로 간주"
의협 17일 비대위 회의에서 투쟁방안 논의

14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맞서 대규모 파업보다는 개별적 사직서 제출로 집단행동 방향성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면허 취소까지 언급하는 등 연일 공세를 이어가자 법적 위험성을 최소화하려는 모양새다. 한 발 앞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도 "대전협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다만 사직서 제출이 진료 거부보다 대정부 압박 효과가 적은 만큼, 일부 전공의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의료계와 보건당국에 따르면 박단 대전협 회장은 전날 밤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총선을 앞두고 파업을 조장하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정부는 필수의료패키지와 의대 증원을 전면 백지화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협이 각 수련병원 대표자들과 증원 대책을 논의한 12일 총회 이후 처음으로 나온 입장 표명이지만, 구체적 집단행동 시기나 방법은 밝히지 않았다.

개별적으로 사직서 제출 검토... "처벌 가능성 최소화"

대신 대전협 내부에선 집단행동은 하되 개인적 선택의 모양새를 갖추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내부 논의 과정에서는 박 회장이 선제적으로 사직을 선언하면서 언제 사표를 내고 언제까지 출근하겠다고 밝히면 '전공의 개별 사직'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2020년처럼 대규모 진료거부에 나서기보단,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재계약을 하지 않는 전략을 선택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대전성모병원의 한 인턴은 전날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레지던트에 합격했지만 수련을 하지 않겠다"며 "대전협과 무관한 한 전공의 개인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빅5 중 한 곳인 서울성모병원이 포함된 가톨릭중앙의료원(CMC)은 인턴들을 중심으로 사직 의사를 취합하고 있다. 류옥하다 CMC 인턴 대표는 이날 의사 커뮤니티에서 "평생 이번 정책의 영향을 받을 병원 막내들이 의료 개악에 맞서 앞장서야 한다"며 "단체행동 교사가 아니고, 대전협이나 의협과도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14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서울의 한 대학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업보다 개별 사직을 선택하는 건 복지부가 내린 집단행동금지명령을 우회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진석 의료전문변호사는 "아무래도 복지부가 강대강 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니 법적 위험성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대전성모병원 사례처럼 인턴이 레지던트 수련을 선택하지 않는 것은 중도 사직이 아니라 1년 계약이 종료된 후 취업을 하지 않는 형태이기에 복지부의 집단사직금지명령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지부 "정책에 반대한 사직은 집단행동 간주"

복지부는 대전협 차원의 공지가 없더라도 전공의들이 연쇄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다면 집단사직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열린 중수본 브리핑에서 "개별성을 띤다고 해도, 사전에 동료들과 상의하고 정부 정책에 항의하는 표시로 사직서를 낸다면 집단 사직으로 볼 수 있다"며 "인턴 후 레지던트 수련을 하지 않는 것도 공모를 했으면 집단적 행동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 병원은 사직서를 받을 때 충분한 상담을 통해 정말 개인적 사유인지 확인하고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증원에 반해서 제출하는 사직서는 집단행동에 해당한다는 복지부 입장을 반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조 변호사는 "동료와 상의를 했더라도, 강압이나 지시에 따르지 않은 개인의 자유의사에 따른 사직을 위법한 집단 사직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파업보단 투쟁력 떨어져... 일부 전공의들 비판도

전공의 집단 사직이 현실화하더라도 아무래도 파업보다는 파괴력이 떨어질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4년 전 80%가 넘는 전공의들이 진료를 거부했을 때만큼의 파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전공의들은 페이스북에 올린 박 회장의 입장문에 "비대위의 입장이 전공의들의 뜻과 크게 차이가 있다" "대전협의 톤이 너무 밋밋하다"는 댓글을 달며 비판했다.

14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비대위 운영 취지와 투쟁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대위원장이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주연 기자

14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비대위 운영 취지와 투쟁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는 가운데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대위원장이 박명하 서울시의사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최주연 기자

이날 의협도 비대위 출범 이후 첫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구체적인 파업 계획에 대해 밝히지는 않았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17일 비대위 회의를 개최해 투쟁방식과 로드맵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이 개원의 중심으로 구성돼 전공의들이 파업에 나서지 않으면 투쟁 동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엔 "의협이 개원의 단체라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전공의, 의대생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으며 단체행동 시기 등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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