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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원 없이는 우크라이나 패전"... 러시아, 전선 주도권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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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원 없이는 우크라이나 패전"... 러시아, 전선 주도권 잡는다

입력
2024.02.14 18:0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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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1억 달러 규모 지원안, 미국 상원 통과
의장·공화 강경파 반대에 하원 통과 난망
'무기 고갈' 우크라, 전선 주도권 빼앗기나
"러,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첫 사용" 주장 제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2년 12월 21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연단에 올라 미국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그의 뒤에서 카멀라 해리스(왼쪽) 미국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022년 12월 21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 연단에 올라 미국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그의 뒤에서 카멀라 해리스(왼쪽) 미국 부통령과 낸시 펠로시 당시 하원의장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601억 달러(약 80조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안이 천신만고 끝에 미국 하원 문턱까지 갔다. 4개월을 끌며 미국 상원은 통과했지만, 공화당 강경파가 다수 포진한 하원이라는 또 다른 산을 넘어야 한다.

미국 지원이 사실상 끊긴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전쟁의 수렁에 빠져 있다. 무기 부족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와 달리 러시아는 최근 요격이 거의 불가능한 강력한 신무기인 극초음속 순항미사일까지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소 2, 3년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무기 공급이 충분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지부진한 우크라이나 지원 때문에 러시아가 전선의 주도권을 잡는 분위기다.

우크라 지원안, 미국 하원 문턱 도달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상원은 13일(현지시간) 오전 밤샘 토론 이후 표결에서 찬성 70표, 반대 29표로 우크라이나 등에 대한 추가 안보 지원 예산안을 가결했다.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이스라엘(141억 달러), 대만·인도태평양 지역(48억 달러) 등에 대한 지원 예산까지 포함한 총 953억4,000만 달러(약 127조 원) 규모다.

지난해 10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제출한 이후 이날 상원을 통과하기까지 예산안은 난항을 거듭했다. 당초 안에서 여야 이견이 컸던 '남부 국경 정책' 내용이 빠지면서 공화당 상원의원 22명의 찬성표를 끌어올 수 있었다.

다만 남겨진 하원 통과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국경 정책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원에서 예산안 표결을 부치지 않겠다고 천명한 상태여서다.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 워싱턴=AP 연합뉴스

마이크 존슨 미국 하원의장. 워싱턴=AP 연합뉴스

예산안이 하원을 통과할 유일한 방법은 민주당과 안보 문제에 관심 있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손잡고 '심사 배제 청원'을 통해 기존 절차를 우회하는 것이라고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짚었다. 하원(공화당 219명, 민주당 212명) 과반수인 218명의 서명을 모아 청원할 경우 상임위 심사 없이 본회의 표결로 직행할 수 있다.

가능성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상원에서 얻은 찬성 70표는 예산안이 강력한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하원의 공화당이 이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점쳤다. 다만 우크라이나 지원을 지지해 온 공화당 하원의원 수십 명 중 얼마나 당 지도부에 반기를 들지 불투명하다. 이스라엘 지원을 탐탁지 않아 하는 진보 성향 의원 일부의 이탈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초당적 법안은 전 세계 동맹국들에 미국은 신뢰할 수 있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낸다"며 "하원의 가장 극단적 소수가 표결을 막아서는 것을 허용하지 말 것을 존슨 의장에게 요청한다"면서 압박에 나섰다.


지난 7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아파트 여러 층이 러시아군이 쏜 미사일 공격으로 불이 나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7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아파트 여러 층이 러시아군이 쏜 미사일 공격으로 불이 나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고 있다. 키이우=로이터 연합뉴스


우크라 돈줄 말랐는데… 러 무기 증강 속도전

꽉 막힌 전황에 돈줄까지 마른 우크라이나는 한시가 급하다. 서방 고위 관리들은 "미국의 지원 없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공격에 맞서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전쟁에서 서서히 패배하기 시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미 러시아는 교착 전선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고, 포병과 공군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서방의 광범위한 제재에도 러시아의 병력 증강 속도는 놀라울 정도다. 영국 싱크탱크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는 최신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현재 무기 소모 속도를 볼 때 향후 2, 3년 혹은 그 이상 우크라이나 공격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소 8,800대의 장갑차 손실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안정적인 무기 재고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러시아가 지난 7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 공습 때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치르콘'을 처음 실전 투입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우크라이나 법무부 산하 키이우 포렌식과학연구소가 미사일 잔해를 분석한 결과다. 실제로 치르콘이 맞을 경우 그렇지 않아도 허술해진 우크라이나 방공망에는 비상이 걸린다.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 비영리 기구인 미사일방어지지동맹(MDAA)은 "치르콘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미사일로, 그 속도 하나만으로도 방어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권영은 기자
김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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