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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랴, 병원비 아끼랴.... 청년 10명 중 4명 "아파도 병원 못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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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랴, 병원비 아끼랴.... 청년 10명 중 4명 "아파도 병원 못 가요"

입력
2024.02.1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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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달간 '혼밥' 비율도 90%
고립 심화... "맞춤형 지원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3년차 직장인 최선우(33)씨는 최근 연말정산을 하다가 지난 1년 동안 병원에 간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픈 날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열이 나도 감기약으로 버텼을 뿐 바쁘다는 핑계로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최씨는 13일 "점심시간에 병원을 찾아도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해 그저 '괜찮아지겠지' 하고 참는다"고 말했다.

청년 10명 중 4명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특히 병원 진료 시간에 아르바이트와 직장에 매여 있는 취업자들의 병원 이용률이 낮았다. 진료비 부담으로 병원을 멀리하는 청년도 3명 중 1명꼴이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청년 빈곤 실태와 자립 안전망 체계 구축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만 19~34세 청년 4,0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1.6%가 최근 1년간 아픈데도 병원에 가지 못했다고 답했다. 1년간 병원 이용이 전무했던 청년도 전체의 23.6%나 됐다.

구체적으로 '시간이 없어서(47.1%)' 병원에 못 갔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미취업(37.2%)보다 일을 하는 청년(45.8%)층의 비중이 높았다. 이어 '병원비 지출이 아까워서(33.7%)', '약국에서 비처방약을 사 먹는 편이어서(9.3%)'가 뒤를 이었다. 의료비가 부담스럽다고 답한 비율도 40.0%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최근 1년간 평균 35만3,909원의 의료비를 지출해 매달 3만 원 정도를 병원에서 썼다. 전체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의료비 비중은 5% 미만으로 비교적 낮았지만,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은 청년들은 이조차도 버거워했다.

그러나 진료를 꺼리는 청년이 늘면서 이들의 몸과 마음은 갈수록 지쳐가고 있다. 스스로를 '우울한 상태'라고 답한 청년(57.8%)이 응답자의 절반을 넘었고, 심지어 '자살을 생각한 적 있다'고 답한 이도 37.1%로 적지 않았다.

주변의 도움을 받기도 녹록지 않다. '아플 때 도움을 요청할 만한 주변 사람이 없다'는 응답이 15.2%였고, '최근 한 달간 사적으로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고 한 비율도 16.4%를 차지했다. 또 최근 한 달간 10명 중 9명은 '혼밥'을, 10명 중 3명은 '혼술'을 한 적이 있을 정도로 청년들은 우울감과 고립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무료 건강검진 확대 등 청년 취약층을 대상으로 의료비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연구진은 "청년 절반 이상 최근 1년간 건강검진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며 "연령대별, 성별, 실업 여부, 지역 등에 따른 맞춤형 건강 정책을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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