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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경의 총선 줌인] 제3지대 정당이 사는 법, 정책·이념보단 '빅텐트'가 최우선

입력
2024.02.09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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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대선주자, 지역 기반 없는 건 약점
지역구 대신 비례대표 의석 확보에 주력
주도권 갈등으로 제3지대 지지율 주춤
지속적 관심 위해 빅텐트 등 흥행 필요
반윤·반명 넘어선 가치와 명분 제시해야

김용남(왼쪽부터) 개혁신당 정책위의장과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이원욱 원칙과상식 의원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제3지대 대통합을 위한 통합공관위 추진회의에 앞서 손을 잡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김용남(왼쪽부터) 개혁신당 정책위의장과 김종민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이원욱 원칙과상식 의원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제3지대 대통합을 위한 통합공관위 추진회의에 앞서 손을 잡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4월 총선을 두 달 앞두고 제3지대 신당 세력들이 통합 논의에 한창이다. 선거를 앞둔 신당 출현은 새롭지 않지만,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이낙연 새로운미래 공동대표 등 거대 여야 대표를 지낸 인사들까지 '양당 구도 타파'를 기치로 탈당 대열에 합류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라는 안정적인 울타리를 벗어난 배경에는 여론조사에서 30% 안팎으로 집계되는 무당층의 존재가 있다. 4월 총선 결과에 대한 기대를 물은 여론조사(한국갤럽·세계일보, 1월 29, 30일 실시)에서 "양대 정당이 아닌 제3지대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24%에 이르는 것도 제3지대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문제는 선거가 다가올수록 무당층에서 '사표(死票) 방지 심리'가 작동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정치 세력을 기대하는 유권자들이라도 제3지대 신당이 총선에서 생존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기성 여야에 투표하는 경향을 보인다. 제3지대 신당 세력들이 빅텐트 구성을 논의하는 것도 이 같은 무당층의 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이낙연(오른쪽)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대연합과 새로운미래 공동 창당대회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이날 두 정당은 '새로운미래'라는 당명으로 공동 창당했다. 뉴시스

이낙연(오른쪽) 새로운미래 공동대표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대연합과 새로운미래 공동 창당대회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이날 두 정당은 '새로운미래'라는 당명으로 공동 창당했다. 뉴시스


①총선 전 발동하는 '사표 방지 심리'

무당층은 거대 여야의 적대적 공생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지만, 최근 현상이라고만 할 수 없다. 한국갤럽 기준 가장 최근 여론조사(1월 30일~2월 1일 실시) 결과에 따르면 무당층은 21%, 개혁신당과 이낙연신당(새로운미래)은 각각 3%이었다. 신당 창당 이전 최근 6개월간 무당층은 22~32% 사이를 오간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2020년과 2016년 총선에서도 무당층 규모는 비슷했다. 총선 두 달 전인 2020년 2월 3주 조사에서 27%, 2016년 2월 3주 조사에서 26%를 기록했다. 그러나 총선 직전 조사에선 각각 18%(2020년 4월 3주), 19%(2016년 4월 2주)로 줄어들었다. 2020년엔 두 달 동안 무당층이 9%포인트 줄어든 대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지지율은 각각 4%포인트씩(37%41%, 21%25%) 늘었다. 당시 이렇다 할 제3지대 신당이 없어 무당층이 기존 여야 지지로 흡수됐다고 볼 수 있다. 반면 2016년엔 두 달간 무당층이 7%포인트 하락했는데, 제3지대 신당으로 주목받았던 국민의당 지지율이 7%포인트(10%17%) 상승했다. 대안세력으로 인정받는 제3지대 신당 유무에 따라 총선 직전 무당층 표심의 향배가 갈릴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16년 총선 다음 날인 4월 14일 국민의당 마포구 당사에서 선거상황판에 당선된 후보의 이름표를 붙이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16년 총선 다음 날인 4월 14일 국민의당 마포구 당사에서 선거상황판에 당선된 후보의 이름표를 붙이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②2016년 국민의당 성공의 교훈

2016년 총선 당시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유권자들이 거대 여야가 아닌 신당에 표를 몰아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유력 대선주자였던 안철수와 호남 현역의원들이 대거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을 탈당해 만든 국민의당은 38석(지역구 25석, 비례대표 13석)을 얻으며 단숨에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확보했다. 정당별 득표율에서도 새누리당(33.50%)에 이어 2위(26.74%)를 기록해 비례대표 의석도 13석을 얻었다. 안철수의 국민의당 이전에는 1996년 총선 때 김종필의 자유민주연합(충청 기반), 1992년 총선 때 정주영의 통일국민당(대구·경북, 강원 기반)이 성공 사례로 꼽힌다. 대선주자와 지역기반은 세 정당의 공통점이었다.

이와 달리 현재 제3지대 빅텐트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개혁신당(이준석신당), 새로운미래(이낙연신당), 금태섭 전 의원 주도의 새로운선택, 민주당 탈당파 이원욱·조응천 의원이 만든 원칙과상식 등 4개 세력은 대선주자와 확실한 지역기반이 없다. 특히 지역구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지역기반이 없다는 것은 최대 약점이다.

제3지대 신당 성공 사례. 그래픽=송정근 기자

제3지대 신당 성공 사례. 그래픽=송정근 기자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장은 "신당에 지역기반이 중요한 이유는 대구·경북(TK)이나 호남 같은 1당 독주 지역을 타깃으로 삼아야 의석 확보가 상대적으로 수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선거구제하에선 여야가 동시에 맞붙은 수도권에선 제3지대 신당이 지역구 의석을 확보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선전한 것도 지역구 당선자 25명 중 반문재인 정서로 민주당에 지지를 거둔 호남에서 23명을 배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국민의당의 수도권 당선자는 안철수(서울 노원병), 김성식(서울 관악갑) 2명뿐이었다.

제3지대 신당은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대신 정당득표율을 높여 비례대표 의석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민주당이 최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해 위성정당을 만들기로 결정한 것은 변수다. 여야 위성정당이 창당할 경우 제3지대가 가져갈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들이 최근 통합 논의에 속도를 내는 것도 "정당 득표율을 최대로 높이려면 뭉쳐야 한다"는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향후 비례대표 후보 공천권을 어떻게 행사할지를 두고 4개 세력 간 조율도 필요하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오른쪽), 양향자 원내대표가 서울 강남구 SRT수서역을 찾아 귀성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오른쪽), 양향자 원내대표가 서울 강남구 SRT수서역을 찾아 귀성객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③세력화, 인물 영입 등 흥행요인 절실

통합 주도권을 둘러싼 신경전이 반복되면서 제3지대에 대한 기대가 시들해지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도 심상치 않다. 지난 2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개혁신당과 이낙연신당(새로운미래) 지지율은 각각 3%를 기록했다. 이전에 실시한 다른 기관 조사에서 개혁신당이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하락한 셈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센터장은 "제3지대 신당은 출범 초기부터 의미 있는 지지율을 보여줌으로써 유권자에게 제3지대에 대한 투표가 사표(死票)가 되지 않을 것이란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며 "지금처럼 여러 세력으로 분산돼 있으면 제3지대 신당에 대한 기대가 투표 행위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총선 때까지 최소한 1개(빅텐트)나 2개 그룹으로 결집해야 의석 확보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총선까지 촉박한 시간을 감안하면 정책·이념 경쟁보다 '단일대오'부터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는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제3지대를 기대하는 유권자들의 관심은 구체적인 정책 경쟁보다 하나의 깃발 아래 뭉쳐 거대 양당에 맞설 수 있을지에 있다"며 "이념과 정책 지향이 다른 여러 세력들이 빅텐트에 공존하는 것만으로도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거대 여야와 차별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

안철수 현상이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배출한 프랑스의 중도신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의 사례를 보더라도 구체적 정책 제시보다 "여도 야도 싫다", "공화당-사회당만으로 안 된다" 등 '반정치' 요구를 세력화하는 데서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반면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제3지대가 성공하려면 정치 무관심층을 최대로 끌어들여 투표율을 높여야 한다"며 "기성 정치인과 차별화가 되지 않는 이준석과 이낙연으로 투표율 상승을 이끌지 모르겠다"고 평가절하했다. 반윤석열·반이재명 가치만 동일할 뿐, 뿌리가 다른 보수(이준석)·진보(이낙연) 세력의 통합이 원칙 없는 이합집산이나 합종연횡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제3지대 신당이 이준석, 이낙연과 전·현직 의원 출신 외에 경쟁력 있는 인물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정당득표율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많은 지역구에 후보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던 이낙연 공동대표가 최근 호남 출마 의사를 시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정치권에선 이달 중순 이후 발표될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공천 결과와 제3지대 인재 영입이 연동돼 있다고 본다. 다만 전문가들은 "제3지대 신당이 여야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들을 영입하더라도 무분별한 이삭 줍기가 아니라는 명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한국갤럽과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회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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