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이 그려낸 죽음의 뒷모습
에세이 ‘있었던 존재들’ 원도 인터뷰
출근할 때마다 ‘죽음’을 마주하는 여자가 있다. 한 시도 경찰청 소속 과학수사과에서 현장 감식 업무를 하는 30대 경찰관 원도(필명)의 이야기다. 그는 각기 다른 모습으로 생을 마감한 이들을 단순히 보고서 속 숫자로 처리하는 대신 ‘있었던 존재들’이라는 에세이로 다시 조명하기로 했다. “그 모든 곳에 존재했던 이들을 위하여.”
최근 한국일보와 만난 원도 작가는 “업무의 절반 이상이 변사자 관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흔히 자살 공화국이라지만 실제 죽은 사람을 보는 일은 드물다”면서 자신도 현장에서 마주하고서야 이들의 존재를 의식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옷 주머니란 주머니를 돌로 채우고 강에 뛰어들고서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른 사람과 로맨스스캠에 전 재산을 털리고 목을 맨 직장인, 치매로 베란다를 문으로 착각해 추락한 노인 등이다.
수백 명의 변사자의 마지막을 지켜본 원도 작가는 “이번 달에는 변사 사건이 몇 건이었다 이렇게 끝내도 되는 일인지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렇기에 ‘경찰관속으로’(2019)를 시작으로 네 권의 책을 펴낸 그의 ‘경찰관으로서 쓰는 마지막 이야기’는 변사자에 대한 것일 수밖에 없었다. 한때는 누군가의 가족으로 자신의 삶을 꾸려갔던 이들에 대한 복기를 통해 이 모든 죽음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위로를 눌러 담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경찰관이 되기를 꿈꿨고, “자신과 잘 맞는 일”이라고 여기는 원도 작가지만,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을 더 자주 보는 삶이 마냥 기꺼울 리 없었다. 책에서 그는 변사자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경찰의 고된 일상과 갈등, 외로움 등을 솔직하게 토로한다. 해결될 실마리가 전혀 보이지 않는 사건을 비롯해 사람이 저지르는 일이라면 “이 꼴 저 꼴 가릴 것 없이 별꼴을 참 많이도 보는” 것이 경찰관의 일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원도 작가는 “그럼에도 세상은 미묘하게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썼다. 그는 “묵묵히 선의를 다하는 사람들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면서 “나아지고 있다고 믿어야 긍정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믿음은 그가 격무 속에서도 지금껏 글을 써온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가 더 이상 경찰로서 현장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를 쓰지 않겠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주변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부서마다 옮기면서 ‘여성청소년속으로’ ‘형사속으로’라는 책을 쓰라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다르지만, 경찰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사건이 있고 피해자와 유족이 생기는 그런 상황에 대해 쓴다는 일이 너무 힘들더라”고 설명했다. 대신 앞으로는 “결말을 바꿀 수 있는” 소설을 쓰고자 한다고 그는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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