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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 두 소방관, 사람 더 있는 줄 알고 뛰어들었다 참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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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직 두 소방관, 사람 더 있는 줄 알고 뛰어들었다 참변

입력
2024.02.01 15:47
수정
2024.02.01 20:54
1면
0 0

전원 구조 소식에도 한 명 달려 나오자
"더 있는 것 아냐" 위험 무릅쓰고 진입
4인 1조로 수색…불길 치솟자 "나가자"
두 명은 나왔지만 김 소방교 등 못 나와

지난달 31일 오후 7시 47분쯤 경북 문경시 신기동에 있는 지상 4층 육가공업체 공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불길이 치솟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1일 오후 7시 47분쯤 경북 문경시 신기동에 있는 지상 4층 육가공업체 공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불길이 치솟고 있다. 뉴스1

'사람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

경북 문경시의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소방대원 두 명은 당시 공장 직원들이 모두 빠져나왔는데도 내부에 사람이 더 있을 수도 있다는 판단으로 불길 속으로 뛰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대원들은 공장 관계자가 “직원들이 다 나왔다”고 말해 안심했으나, 뒤늦게 한 명이 달려 나오자 혹시나 하고 인명 수색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1일 경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47분쯤 119로 문경시 신기동 신기제2일반산업단지 한 육가공 제조업체 공장에 불이 났다는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8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문경소방서 소방대원들은 공장 관계자에게서 “직원들은 (밖으로) 다 나왔다”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검은 연기가 치솟는 건물 안에서 제조업체 관계자 한 명이 달려 나오자, 소방대원들은 ‘안에 사람이 더 있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인명 수색에는 문경소방서의 베테랑 구조대원인 119구조구급센터 소속 김수광(27) 소방교와 박수훈(35) 소방사가 동료 두 명과 함께 4인 1조로 나섰다.

1층에서 계단을 따라 발화지점인 3층까지 진입했을 때만 해도 연기만 올라올 뿐 상황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잠시 뒤 내부 곳곳에서 불길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대원들은 되돌아 나가기로 했다. 3층 계단실 입구에 다다랐을 쯤, 화마가 확산돼 뿜어져 나왔다. 앞서 가던 대원 두 명은 불길을 뚫고 2층 계단까지 내려왔지만, 뒤따라오던 김 소방교와 박 소방사는 빠져나오지 못했다.

탈출한 두 명의 대원도 출구로 나오지 못하고 1층 창문을 뚫고 뛰어내려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김 소방교 등 두 명의 대원이 갇혔던 3층 바닥면이 건물 2층 아래까지 내려앉았다. 소방당국은 두 대원이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불길이 더욱 거세지면서 고립된 김 소방교와 박 소방사를 찾는 일도 쉽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화재 신고를 받고 5시간쯤 지나 큰불이 잡힌 1일 0시 21분쯤 건물 3층에서 김 소방교로 추정되는 시신 한 구를 발견했다. 박 소방사 시신은 오전 3시 54분쯤 같은 층에서 발견됐다. 둘은 5m 간격으로 떨어져 있었다. 주검이 많이 훼손돼 유전자(DNA) 검사를 한 뒤, 정확한 신원을 확인하기로 했다.

1일 경북 문경시 신기동의 한 공장 화재 현장이 진화 작업 후 처참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문경=연합

1일 경북 문경시 신기동의 한 공장 화재 현장이 진화 작업 후 처참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문경=연합

배종혁 경북 문경소방서장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현장은 내부에서 계속 연소가 진행돼 환경이 언제든지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며 "다 탈출했다고 했는데 육가공 제조업체 관계자 1명이 나왔고, 안에 5명이 더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우리 대원들이 직접 올라가서 인명 검색을 하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배 서장은 "순직한 두 대원은 다른 누구보다도 모범이 되고 시범도 잘 보이는 훌륭한 이들이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소방청은 순직한 소방관들을 추모하기 위해 7일까지를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3일 영결식까지 조기를 게양한다. 또 두 명의 대원에게 옥조근정훈장과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국립묘지 안장 및 국가유공자로 지정한다. 훈장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순직 소방관들의 빈소를 찾아 추서할 방침이다. 장례는 경북도청장(葬)으로 열고, 영결식은 3일 오전 10시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엄수할 예정이다. 또 정부세종청사 17동 야외에 시민분향소를 설치해 운영한다. 경북소방본부는 5일까지 고인들의 고향인 구미·상주소방서와 경북도청 동락관, 문경소방서 등 4곳에서 분향소를 운영한다.

한편, 육가공 공장에서 난 불은 전날 119신고가 접수되고 13시간 10분이 지난 이날 오전 9시쯤 진화됐다. 소방당국은 3층에 있던 튀김기에서 발화한 것으로 잠정 추정하고 경찰과 함께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문경= 김정혜 기자
문경= 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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