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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의 '운동권 심판론'… 정권심판 넘을 묘수? 역효과 낳을 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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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의 '운동권 심판론'… 정권심판 넘을 묘수? 역효과 낳을 악수?

입력
2024.02.02 04: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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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 속 초반 공격수 자리잡은 한동훈
'야당심판론 성공' 17·21대 총선과 다른 상황
"리스크 많은 '운동권 청산' 한계" 지적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주연 기자

4월 총선이 다가오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운동권 청산' 구호가 선명해지고 있다. 야당 심판론을 '운동권 청산' 프레임으로 치환한 모양새로, 50%를 넘나드는 '정권 심판론'을 얼마나 희석할 수 있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다. 다만 과거 드물게 성공했던 '야당 심판론'과 비교하면 낮은 정권 지지율이 걸림돌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아직 관망 중인 부동층 흡수에 역효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韓 "이번 선거 시대정신은 86 특권 정치 청산"

한 위원장은 1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번 선거의 시대정신은 86(세대) 특권 정치의 청산"이라고 규정했다. 송영길·윤건영·김민석·윤미향·서영교·우상호 의원 등의 실명을 거론하며 "운동권 특권 정치가 끼리끼리의 정치를 하기 때문에 청산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운동권 청산'은 한 위원장이 취임 전부터 내세운 전략이다. 법무부 장관이던 지난해 11월 대전을 방문했을 때도 그는 "일부 운동권 정치인들이 재벌 뒷돈 받을 때 저는 재벌에 대해 수사했다"며 각을 세웠다. 위원장 수락 연설에선 운동권을 일곱 차례나 언급했다. 이후 꺼내고 있는 '정치개혁' 공약도 '특권 내려놓기'를 연결고리로 '운동권 특권 정치'를 부각시켰다. '원희룡·김경율·윤희숙'을 '민주당 86 저격수'로 수도권 총선 전략의 맨 앞에 내세운 것도 '운동권 청산' 프레임의 일환이다.

與 공세 부각… 野에 눈돌리기는 일단 성공

프레임을 선점한 만큼 현재까진 한 위원장의 공세가 부각되고 있다. 30%대 초반에 머무르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과 '윤석열 최측근'이라는 한 위원장 위상을 감안하면, 정부·여당 방어에 주력하기보다 야당에 대한 공세로 시선을 돌리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 일각에서는 86세대 운동권을 겨냥한 자체가 정교하게 짜인 전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운동권 중심의 친문재인계에 맞서 주류 진입을 원하는 친이재명계 간의 갈등 상황을 노렸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동교동계 정통 민주당 세력 입장에서도 갑자기 당 안방을 차지한 이 대표와 86 세력이 돌연변이"라며 "그 간극도 우리가 타격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野 심판론 성공했을 땐 정권 지지율 뒷받침… '운동권 공세' 리스크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하기에 앞서 기다리고 있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서천수산물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찾아 피해 상황을 점검하기에 앞서 기다리고 있던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한 위원장의 '운동권 청산' 프레임이 총선 승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과거 야당 심판론이 성공한 사례를 꼽자면 17대와 21대 총선 정도다. 2004년 17대 총선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열린우리당 지지율이 한나라당·민주당 지지율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치러졌다. 2020년 21대 총선 직전엔 상당수 여론조사에서 정부 지원 및 야당 심판 여론이 정권 심판론보다 10% 이상 앞섰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 지지율 역시 50% 이상을 기록했다. 반면 지금은 정권과 야당 심판론이 비등하고,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상황이 좀 다르다.

이 때문에 한 위원장의 '운동권 청산' 프레임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운동권 세대의 약점에 호응이 가능한 2030세대와 60대 이상은 이미 국민의힘 지지층 안에 포함돼 있다. 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민주당 성향이 강한 4050세대를 얼마나 끌어올 수 있느냐인데, 운동권 세대의 명암을 알고 있는 그들이 한 위원장의 일방적 프레임에 공감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천 신청서 제출 후 "청산해야 하는 건 운동권 자체가 아니라 이를 완장 삼아 기생 세력으로 군림하며 혁신적 에너지를 가로막는 무능"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같은 운동권 청산을 얘기했지만, 이들의 업적과 구태를 분리 대응해야 중도층까지 설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국민의힘도 기득권인 건 마찬가지여서 운동권 청산 프레임 효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며 "결국엔 김건희 여사 이슈 등 윤 정부의 핵심 문제가 다시 거론될 때 한 위원장이 어떤 접근을 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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